‘가점 높이려 부모 등 위장전입 기승’ 지적에 국토부 “연내 개선”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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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 함께 살지 않는 부모, 조부모의 주소만 함께 옮겨놓는 불법 ‘위장전입’이 기승을 부리면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관계자는 1일 “청약가점제의 부양가족수 배점을 높이기 위한 위장전입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연내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 위해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만점)으로 점수(총 84점 만점)를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이 우선적으로 당첨되도록 하는 제도다.
무주택 서민과 노부모 등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당첨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불법이나 편법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반면 부양가족수는 노부모 등의 주소만 옮겨놓으면 가점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어 일부 청약자들 사이에서 위장전입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부양가족 위장전입이 증가한 이유는 배점이 높은 영향도 있다. 무주택기간이 1년 미만부터 15년 이상까지 1년 단위로 2점씩 점수가 부과되는 것과 달리 부양가족수는 0명부터 6명 이상까지 1명당 5점씩 배정이 된다.
부양가족이 한 명만 있어도 10점이고, 3명이면 20점, 6명 이상이면 35점의 만점을 받는다.
또 다른 가점 항목인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6개월 미만부터 최대 15년 이상까지의 총 배점이 17점에 불과하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부양가족수가 많지 않으면 가점이 낮아 당첨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국토부 전자민원 등에는 청약가점제 배점을 손질해달라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청원인은 “부양가족 위장전입으로 다수의 선량한 청약자들이 당첨권에서 멀어지는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청약자들이 가점제에 민감해진 이유는 이번 정부 들어 가점제 대상 아파트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해 9월 20일 이후 공급하는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00%가 청약가점제로, 전용 85㎡ 초과는 50%가 가점제로 공급된다.
투기과열지구를 제외한 수도권 청약조정지역에서도 전용 85㎡ 이하의 75%, 85㎡ 초과의 30%가 청약가점제로 분양되고 있다.
문제는 위장전입 여부를 가려내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약가점 획득을 목적으로 한 부양가족 위장전입을 막기 위해 직계존속은 3년, 직계비속은 1년 이상 동일 주민등록등본상에 있어야 부양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심하고 위장전입을 해놓은 사람들에게 이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모든 청약자의 집을 방문해 거주 실태를 파악할 수도 없다. 선량한 국민까지 ‘범법자’ 취급하는 꼴이 되는 데다, 실제 행정력도 역부족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1명당 5점인 배점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투명한 잣대인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의 배점을 올리는 등의 현실적인 개선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모 등 직계존속에 대한 거주 기간을 현행(3년)보다 늘리거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자녀)의 배점을 달리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한다.
다자녀,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이 있는 만큼 이들 특별공급을 확대하는 대신 부양가족 배점을 없애고 무주택기간과 통장가입 기간만으로 가점제를 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용면적 59㎡의 소형 아파트에 청약하면서 본인 포함 7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꾸며 부양가족 점수에서 만점을 받아가는 것은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라며 “합리적인 방안으로 가점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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