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볼모로 협상하자는 트럼프…한미FTA ‘발등에 불’

철강 볼모로 협상하자는 트럼프…한미FTA ‘발등에 불’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9 16:20
수정 2018-03-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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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협상국엔 관세 보류…한미FTA 협상서 지재권·농업 개방 공세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적용을 보류하는 등 ‘관세 폭탄’을 FTA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규제 조치 서명식에 앞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나프타 재협상을 거론하며 “만약 우리가 합의에 도달한다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세대상국에 대해 “대미 수출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해소한다면 면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소명’을 거쳐 면제국을 추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과 관련해 관세 폭탄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만큼 한국에도 비슷한 연계 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달 1일 한미FTA 2차 개정협상을 마무리 지은 뒤 3차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3차 협상은 이르면 이달 말에 열릴 예정이다.

미국은 한국과 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공세를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이 철강 관세까지 연계할 경우 더욱 다양한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약, 지식재산권, 농업 등이 트럼프발 통상압박의 다음 표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경제단체와 산업계는 최근 한미FTA 개정협상을 통해 한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연방관보에 게재한 의견서에서 한국에 지재권의 상업화를 방해하는 규제·행정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부과한 약 1조원 규모의 과징금과 ‘특허권 갑질’에 대한 시정명령을 언급했다.

미 상의는 퀄컴이 한국 외 국가에서 취득한 특허권까지 공정위 결정으로 규제하려 한다며 이는 국제 규범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전미제조업협회(NAM)도 미국이 지재권 보호를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NAFTA와 한미FTA 개정협상을 거론했다.

NAM은 미국에 위조 상품을 유통하는 주요 국가로 중국, 인도, 한국, 싱가포르 등을 지목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도 캐나다, 한국, 말레이시아 3개국을 우선순위(priority) 국가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PhRMA는 특히 한국의 약가 정책이 혁신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제약업계에 유리하다면서 “한국의 가격 결정은 여러 단계에서 한미FTA 의무를 어기고 미국 혁신가의 권리를 짓밟는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레드라인”이라고 선을 그은 농업 시장에 대해서도 미국이 추가 개방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등 기존에 제기했던 이슈 외에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쇠고기 수입 분야를 거론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 개정협상이 강경 대치로 치달아 실타래가 엉키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제 한미FTA 개정협상에서도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와 관련해서 추가로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232조 조치와 관련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별도 협상을 해야 하는데 한미FTA 개정협상 시기와 상대가 겹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미국이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요구와 관련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트위터 계정에서 “무역과 군사 양면에서 공정하게 대우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커다란 융통성과 협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철강 관세 조치가 양국 방위비 분담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은 8일 미국 하와이에서 2019년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양국 간 협의를 시작한 상태다.

2014년 타결된 지난 제9차 협정 당시 2013년 7월 시작해 모두 10번의 고위급 협의가 진행된 만큼 이번에도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한미 양측은 향후 몇 달간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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