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마라’와 ‘말라’/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마라’와 ‘말라’/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8-23 23:04
수정 2017-08-2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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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어문팀장
㉠ 먹지 마라. ㉡ 먹지 말라.

㉠과 ㉡은 같은 뜻을 전한다. 활용 형태도 명령형으로 같다. 차이는 있다. ‘ㄹ’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다. ‘ㄹ’ 하나 때문에 말의 가치가 달라진다.

‘마라’는 아랫사람 혹은 허물없이 친한 사람에게나 쓴다. 그러니 ‘마라’에는 ‘매우 친함’이나 ‘조심할 필요 없음’ 정도의 배경이 있다. 엄마가 아들에게 “길동아, 밥 먹어라” 할 때의 ‘먹어라’와 같은 의미 형태다. 조심할 상대나 예의를 갖춰야 할 대상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면, ‘매우 친함’이 아니라 ‘낮춤’이 될 우려가 높다.

‘말라’는 가치중립적이다. ‘마라’와 비교한다면 ‘말라’에는 ‘매우 친하지 않음’, ‘조심할 필요 있음’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언론 매체들에서는 ‘말라’를 주로 썼다. 불특정한 대상에게 전하는 말이나 글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라’ 뜻풀이에도 이런 내용이 반영돼 있다.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청자나 독자에게 책 따위의 매체를 통해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마라’는 기본형 ‘말다’에 어미 ‘-아라’, ‘말라’는 ‘-라’가 붙은 형태다. 각각 직접 명령형, 간접 명령형이라고도 불린다. 일상의 언어에서는 이 경계를 선명하게 나타낸다. 언론 매체들에서는 흐릿하게 사용한다. 애초 언론 매체들에서 ‘말라’ 대신 ‘마라’를 쓰기 시작한 것은 친근함이 이유였다.

2017-08-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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