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은 섭섭함이다. 못마땅함이거나 불만스러움이다. 이런 마음이 생기면 상대에게 ‘유감’이라고 한다. 그 전에 상대가 사과를 하면 ‘유감’은 대부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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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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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한데 상대가 사과의 말로 ‘유감’이라고 한다면 흔쾌하지 않다. 불편한 감정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둘 사이를 지켜보던 이들조차 ‘유감’이 생긴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사과의 뜻으로 ‘유감’이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데도 ‘유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사과’라고 한다. 진정성에 대한 질타도, 반발도 버텨 낸다. 사과는 해야겠는데, ‘진정’은 싫은 것이다. 사과는 다 내려놓고 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마뜩잖은 것이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말이 ‘유감’이다.
형식이라도 갖추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에 관해 나도 똑같이 편치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너그럽게 봐 달라는 의미겠다. 이러한 정도도 사과로 받아들여 달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유감’을 ‘사과’라고 하던 쪽도 형편이 바뀌면, ‘유감’을 사과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한다.
사전 편찬자들은 ‘유감’의 뜻풀이에 ‘사과’의 의미를 담아야 할지 고민이다. 담는다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 외에 ‘미안함의 표시’ 같은 뜻도 함께 올려야 하나? 언어는 생명체 같고,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대중이다.
이경우 어문팀장
2018-03-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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