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찬란한 무지개/이유진 · 목단/이영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찬란한 무지개/이유진 · 목단/이영은

입력 2022-03-31 20:30
업데이트 2022-04-01 01:5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찬란한 무지개/이유진
찬란한 무지개/이유진 90.9×65.1㎝,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 2022
물 위에 표류하는 이미지를 통해 타인에게 둘러싸여 살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정서를 담는다. 4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본화랑.

목단/이영은

먼지 내린 옛집 뒷마루 앉아

겨울 햇살 비스듬히 메주콩을 가려낸다

보리밥 삶는 냄새

대나무 바구니 기둥에 걸린다

잔치상 한가운데 누구도 손대지 않는

맑고 가난한 동치미 한 그릇

엄마는 꽃이 되었을까

고사리 같은 그리움 지문으로 찍힌다

옛 마당 뜰

여느 해처럼 목단꽃 피어

엄마 냄새 맡는 오후가 지고 있다

목단꽃과 자운영 꽃은 함께 핀다. 보라색 꽃 무더기 사이를 걸어가며 내가 인간이기 이전을 생각하고 인간이 된 이후를 생각한다. 바람이 불면 보라색 꽃 무더기들이 해일처럼 달려든다. 꿈 같은 이 현실이 좋다. 인간이 된 이후 내가 꾼 꿈들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 부끄러운 것이다. 어디선가 보리밥 삶는 냄새가 나고 먹빛 소반 위에 맑은 동치미 한 그릇이 놓인다.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나도 이 세상도 없었을 것이다. 시도 사랑도 별도 눈물도 없었을 것이다. 봄날의 목단꽃밭 속에 사랑하는 세상이 있다. 파랑새가 날아가고 보랏빛 바람이 불고 지상의 소금이라고 믿는, 사랑이라고 믿는 시들이 태어난다.

곽재구 시인
2022-04-01 30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