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식 군대 보낸 부모 떨게 만든 軍 의료체계

[사설] 자식 군대 보낸 부모 떨게 만든 軍 의료체계

입력 2011-05-14 00:00
수정 201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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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디젊은 장정이 군의 허술한 의료체계 탓에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 논산 육군훈련소 소속 노모(23) 훈련병은 지난달 23일 야간행군을 마친 뒤 고열과 함께 패혈증 중세를 보여 민간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숨을 거뒀다. 입대한 지 31일 만이다. 사인은 패혈증에 따른 급성호흡곤란이었다. 노 훈련병이 의무실에서 받은 처방은 해열진통제 두 알뿐이었다. 처방마저 군의관이 아닌 의무병이 멋대로 했다. 노 훈련병은 뇌수막염을 앓고 있었지만 군은 몰랐다고 한다. 군은 이런 상황을 유가족과 자식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낼 부모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화를 삭이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른바 구멍 난 군 의료 인력과 시설은 오래전부터 누누이 지적돼 왔다. 2005년 전역 보름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숨진 노충국씨 사건을 계기로 군 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대한 지 20일 만에 간암 선고를 받고 사망한 유여주씨, 전역 2개월 만에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숨진 오주현씨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요란만 떨었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개선책을 찾기보다 땜질식 대응에 그쳤다는 사실을 노 훈련병의 사례에서도 보여 주고 있다.

군 의료체계는 이대로 안 된다. 군의관 2200여명 중 96% 이상이 인턴을 끝냈거나 갓 전문의 자격을 딴 의사들이다. 민간 의사 계약직 채용은 낮은 처우 탓에 지지부진하다. 그렇다고 국민에게 이해해 달라고 호소할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숙련된 의료 인력의 확보 등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불신을 씻기 위해서다. 낙후된 병원 시설의 대안으로 민간 병원 위탁진료제를 적극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군 의료체계 혁신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가슴에 못 박는 일이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2011-05-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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