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휴대전화 감청 강화 신중해야

[사설] 국정원 휴대전화 감청 강화 신중해야

입력 2014-01-06 00:00
수정 201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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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휴대전화 감청’을 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여당이 내놓았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통신업체가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이를 어기는 통신업체에는 해마다 최대 20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첨단통신을 이용한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방첩·대테러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법 도·감청에 대한 국민 공포가 여전하다”며 반대한다. 연말 국회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 방지법안이 처리된 데 이어 국정원의 기능 강화 방안이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른바 ‘서상기법(法)’을 거론하기 전에 과거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과 이에 따른 폐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내놓는 게 우선이다. 취지를 살리되, 국정원이 감청 설비에 임의로 접근하지 못하게 중립적인 감시·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과 전방위 사찰, 기본권 침해 등의 우려를 불식할 만한 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휴대전화 감청을 강화하겠다고 하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정보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은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감청 기능 강화 움직임은 지난 17, 18대 국회에서도 나왔지만 여야 이견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무소불위 정보기관의 역기능이 국민 반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의혹과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 혐의가 드러났고, 전임 국정원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서 의원은 휴대전화 감청을 하지 못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100명을 넘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新)공안정국의 한 단면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행여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 강화 방안이 공안 흐름에 편승하려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2014-01-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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