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대도 50대도 공직으로 몰리는 웃지 못할 현실

[사설] 10대도 50대도 공직으로 몰리는 웃지 못할 현실

입력 2017-02-15 22:38
수정 2017-02-1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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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 22만 8000여명이 몰렸다. 지난해보다 6500여명이나 늘어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올해 지원자 중 20대(64%)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30대(29.5%)다. 20~30대 응시생이 94%를 차지한다. 10대(3000여명), 50대(1000여명) 지원자도 있다. 청년 구직자들 사이의 공무원 열풍이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청년 취업난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공무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해 공시생 45만명 시대다. 그중 절반 가까이가 9급 공채에 몰린다. 공무원 되겠다는 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것이 경기 침체로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정년이 보장되는 공직은 안정적인 직장임이 틀림없다.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오로지 시험 성적으로만 합격 여부가 판가름나는 것도 매력적일 것이다. 노후 대책으로도 공무원 연금만 한 게 없다.

하지만 국가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인적 자원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많은 문제를 낳는다. 다양한 직종에서 인재들이 고루 분포돼 각 분야를 발전시켜야 국가의 경쟁력이 확보된다. 그런데 현실은 패기 있고 똑똑한 젊은 인재들이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겠다고 몇 년씩 고시촌에 들어박혀 ‘공시족’, ‘공시폐인’이 되고 있다.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불행한 일이다.

이제는 고교 졸업 후 대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10대들까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에 비해 올해 3배나 증가한 3000여명이 9급 시험에 응시했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부모에 등 떠밀려 대학에 가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찾는 10대들이 늘어난 것은 어찌 보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마저 요리사 등 수많은 직업이 있는데도 공무원이 되겠다고 목을 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도전보다 안정만을 추구하는 ‘늙은 사회’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정부, 기업, 기성세대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대선 주자들이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로 공시족들만 양산하는 것은 국가 재정 부담이나 인적자원 배분 면에서도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먼저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이 공시 열풍에서 벗어나 창업 등 새로운 길을 가도록 도전하는 사회 풍토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17-02-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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