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 있는 고가 아파트 특별공급, 손질 시급하다

[사설] 문제 있는 고가 아파트 특별공급, 손질 시급하다

입력 2018-03-22 22:42
수정 2018-03-2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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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만 되면 3억~4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돼 로또아파트로 불렸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 마감 결과 특별공급에서 19세 당첨자가 나와 논란을 낳고 있다. 당첨자는 인천시 몫으로 장애인 기관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보도를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이 당첨자가 상식적으로 분양금 14억 3000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대출 규제에 따라 이 아파트는 중도금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어린 청약자로서는 부모 등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분양금을 마련할 수 없다.

문제는 이처럼 대금 납부 능력이 의심스러운 20대 이하 당첨자가 특별공급 당첨자 444명 가운데 14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특별공급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반 청약자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그 취지에서 본다면 이번 사례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특별공급 대상자의 선정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이도 어리고 소득도 받쳐 주지 않아 중도금 대출이 쉽지 않은데도 추천을 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납입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게 되면 이 아파트는 장애인이나 신혼부부, 국가유공자, 노부모 부양자 등 특별분양 대상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다시 분양하게 된다. 특별분양 대상자의 몫이 날아가는 셈이다.

또 하나. 일반인이나 특별공급 대상자나 일률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규제하는 것이 맞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어느 정도 소득도 있고, 가진 돈이 있는 특별공급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일반 청약자에 비해 자금 동원력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중도금 대출 규제는 똑같이 이뤄지고 있다. 기왕에 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고자 한다면 중도금 대출 규제를 하더라도 차등을 두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특별공급이 좋은 취지에서 도입된 만큼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특별분양 대상자 중에서도 나이나 소득, 지역 기준, 순서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제도를 보완하기 바란다. 기관 추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당첨자 중에 불법 증여나 상속 등을 통해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없는지도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2018-03-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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