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청맹과니/김성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청맹과니/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05-14 00:00
수정 2010-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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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지 말라(不欺自心).’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이 줄곧 강조했던 말. 속이지 말라는 게 어디 나 자신의 정직을 당부하는 것에만 머물까. 나를 속여 남을 기만하고 그것이 부를 시비와 혼선의 경계일 터. 그래도 어리석은 우리네는 속이고 속아 살게 마련인가 보다. 빤한 결말을 눈앞에 두고서도 말이다. 원치 않는 불행한 짓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나를 속여 산다.

어떤 지인은 변함없이 ‘해라바기’를 고집한다. 햇빛 따라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가 아니라 햇빛에 맞서는 해라바기. 너는 할 테면 해라, 나는 꼿꼿이 바라보겠다는 반항일까. 해라바기의 우격다짐에 번번이 져주곤 하지만 생뚱맞기는 언제나 매한가지. 어차피 햇살이 있고서야 돌려대는 고갯짓인 것을. 지인들은 놀림삼아 청맹과니란 별명을 붙여줬다.

공맹(공자 맹자)의 교훈·설교가 곳곳에 우렁차다. 공맹의 바른 교훈이야 변함이 없었을 텐데. 각박한 세상과 어긋나는 인심에 맞춘 안심법일까. 하늘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의 빤한 헛울림이 아니었으면….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05-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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