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심(詩心)/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시심(詩心)/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10-05 00:00
수정 201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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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중년 남성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한참 서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어깨 너머로 봤더니 지하철 승강장 앞 보호문에 붙은 시(詩) 한편을 자신의 서류 봉투 뒷면에 베끼고 있는 것 아닌가. 남들의 눈길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시 한편을 다 옮겨 적어서인지 후다닥 자리를 뜬다. 그가 떠난 자리의 시가 궁금해졌다.

“떠난 사람은 돌아와도, 떠난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내용의 ‘물망초’라는 시다. 한번 화살 시위를 벗어난 사랑을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는 잔잔한 울림이 생긴다. 어긋난 사랑도 인연이 깊으면 다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연어처럼 결국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는 사랑도 봤기에 그 시가 나한테는 그리 공감을 주지 못했다.

그래도 그 시가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짧디짧은 두 문장의 시 한편이 지나가는 행인의 발길을 잡았다는 점이다. 한편의 시가 일상에 매몰될 법한 메마른 중년 남성의 마음을 붙들어 맬 수 있었던 사실이 가을을 잊고 있었던 내 가슴을 파고든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10-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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