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조의(弔意) 문자/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조의(弔意) 문자/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4-22 00:00
수정 201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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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묘(侍墓)살이란 게 있었다. 부모의 거상 중에 묘 근처에 움막을 짓고 3년간 사는 일을 말한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은 관리들이 시묘살이를 핑계로 국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봉록만 챙기는 폐해를 막기 위해 이를 없앤 적도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부모의 죽음을 천붕(天崩)으로 여겨 이 같은 예를 갖추며 슬픔을 이겨 냈다.

부모상을 당한 지인이 며칠 전 조의(弔意)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근계시하(謹啓時下) 입춘지절(立春之節)에’로 시작되는 내용은 한참을 봐서야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대소사 땐 꼭 연락을 주라’는 문구도 빠뜨리지 않고 적었다. 예나 지금이나 경조사는 십시일반, 품앗이로 그 어려움을 이겨 내는 것이지 싶다.

하지만 요즘엔 아쉽게도 격식을 갖춘 경조사 글을 보기가 쉽지 않다. 주로 문자 메시지로 알린다. 졸지에 당한 상(喪)이라면 예를 다 갖추기가 어려울 게다. 그 때문인지 경조사 문구를 대행하는 업체도 많아졌단다. 관혼상제의 미덕을 가벼이 여기고 경박스레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4-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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