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교황의 구두/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교황의 구두/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09-22 23:34
수정 2015-09-23 01: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누구나 신는 구두. 하지만 그 구두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마녀의 코처럼 앞부분이 뾰족한 구두가 있는가 하면 젖살이 오른 아기 볼처럼 둥근 구두가 있다. 가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앞사람의 구두를 보며 그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할 때가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구두 한 켤레’ 등 구두 작품을 8개나 남겼다. 칙칙한 어둠 속의 낡아 너덜너덜해진 구두는 신발을 끌고 다니며 일한 누군가의 땀이 배어 있는 듯해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후세에 구두 그림을 놓고 철학자와 미술사학자 간에 논쟁이 벌어졌을 정도로 고흐의 구두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구두의 주인은 힘들게 노동했던 농부의 아내라는 철학자의 주장보다는 고된 예술가의 삶을 산 고흐의 자화상이라는 미술사학자의 주장이 더 일리 있지 않을까.

어제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은 구두 사진이 실린 신문을 봤다. 끈이 달린 아주 소박한 신발이다. 전임 교황은 빨간색 명품 구두를 신었다는데, 이번 교황의 구두는 고향 아르헨티나의 작은 구둣방에서 40년째 맞춰 신는 구두란다. 구두에도 신는 사람의 삶이 오롯이 담기기 마련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09-2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