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에 발목 잡힌 마약왕 구스만, 미국으로 압송될 듯

‘영화’ 제작에 발목 잡힌 마약왕 구스만, 미국으로 압송될 듯

입력 2016-01-10 11:33
수정 2016-01-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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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만과 영화 관계자 간 전화 통화, 수사 당국에 결정적 단서제공

멕시코 정부가 8일(현지시간) 검거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을 미국에 인도할 방침이라고 미국 언론이 양국 법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9일 일제히 보도했다.

멕시코 수사 당국의 고위 관리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스만이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그러나 당장 압송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리는 미국 정부가 공식으로 구스만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멕시코 정부도 아직 송환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지만 구스만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간지 뉴욕 타임스도 멕시코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멕시코 정부가 구스만의 미국 인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구스만의 변호사가 법원에 송환 반대를 요청하면 재판 절차에 따라 최종 송환에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12년 집권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 달리 국가 안보 공조 문제에서 미국과 거리를 둬왔다.

지난해 6월 미국으로부터 구스만의 신병 인도를 요청받은 헤수스 무리요 카람 당시 멕시코 법무부 장관이 “먼저 멕시코에서 형기를 다 마쳐야 구스만을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 아마 300∼400년은 걸릴 것”이라며 단칼에 거절한 것도 멕시코 정부의 이런 태도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구스만이 땅굴을 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지난해 7월 두 번째로 탈옥하자 멕시코 정부는 구스만과 비슷한 중범죄자가 탈옥을 꿈꿀 수 없도록 마약 전과자 몇몇을 미국으로 보내는 것으로 태도를 전면 수정했다.

구스만의 송환 검토도 이런 방침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NBC 방송은 미국 법무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으나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조만간 미국이 구스만 인도 요청에 나설 것으로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에서 범죄 행위로 기소된 용의자가 다른 나라에서 체포됐다면 미국 정부는 언제든 해당 용의자의 송환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수사 당국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미국의) 신병인도 요청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인도 시점을 이르면 올해 중반으로 예상했다.

마약조직 ‘시날로아’를 이끄는 구스만은 여러 범죄 혐의로 미국 정부의 수배를 받아 왔다.

그의 마약조직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마약을 미국으로 밀반입해 마약 중독을 확산시키고 조직폭력으로 수천 명을 사망케 한 혐의다.

미국은 지난 6월 말 구스만의 신병인도를 요구했으나, 7월 구스만의 교도소 탈옥으로 불발되면서 양국 관계가 긴장되기도 했다.

1.5㎞ 길이의 땅굴을 통해 탈옥했던 구스만은 전날 ‘시날로아’의 근거지가 있는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 주 로스모치스의 한 가옥에서 멕시코 해군에 여섯 달 만에 생포됐다.

CNN 방송은 구스만의 엉뚱한 허영심 탓에 검거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연방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구스만이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전기 영화’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구스만 또는 구스만의 심복과 영화 관계자 사이의 통화를 추적해 그들을 덮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자전적인 영화 제작에 큰 관심을 보인 구스만이 영화 제작자, 배우들과 전화 통화한 내역이 행방 추적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멕시코 군·경의 구스만 체포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상황에서 미국 수사 당국자들은 CNN 방송에 “휴대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와 전자 메일 송수신 등 구스만 주변 인물의 행적을 밀착 감시한 덕분에 구스만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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