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뇌신경 통증반응 전혀 달라…치료법도 달라야”

“남녀 뇌신경 통증반응 전혀 달라…치료법도 달라야”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9 11:17
수정 2018-03-09 11:1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신약개발 등 동물실험 수컷 대상으로만 해 문제 있다

남녀의 뇌 신경 세포가 통증에 반응하는 기전이 전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신약개발을 비롯해 의학 연구를 위한 쥐 등 동물실험이 수컷을 대상으로만 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기존 연구의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통증 신경생물학연구그룹’을 이끄는 시어도어 프라이스 교수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JNeurosci)에 발표했다.[http://www.jneurosci.org/content/38/2/379]

연구팀은 암컷과 수컷 쥐 두 그룹으로 나누어 뇌 신경 세포의 통증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을 했다.

통상적으로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을 할 때 쥐나 토끼, 침팬지 등 포유류과 수컷만을 대상으로 한다. 암컷을 피하는 이유는 생리주기와 호르몬 변화 등 때문에 실험결과의 일관성이 수컷보다 떨어져서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4년부터 전(前)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할 때 암컷과 수컷 모두에 대해 각각 시험한 결과를 포함하라고 방침을 바꿨다.

프라이스 교수팀은 쥐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해 망성통증을 유발한 뒤 뇌의 도파민 수용체 D5를 부족하게 만들었다.

도파민은 수많은 뇌 신경 세포 간 신호, 즉 소통을 맡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도파민은 특히 행복감과 충족감, 통증 감각과 관계 있다.

신경전달물질마다 각각 뇌신경세포에 이를 받아들여 기능하게 하는 수용체가 작용해야 실제 긍정적 또는 부정적 방향의 효과가 나타나며, 이를 활용해 약과 치료법을 개발한다.

도파민5 수용체 기능이 떨어지게 한 수컷 쥐의 경우 통증이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과정이 관찰됐다. 반면에 암컷 쥐에게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는 통증에 대한 체내 반응 기제가 전혀 다름을 뜻한다. 특정 약물이 남녀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남성에는 듣지만, 여성에는 듣지 않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그동안 (수컷만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결과들이 여성이 포함된 인체 임상시험에선 달라지고 모순된 결과들이 나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이스 교수는 “우리는 오랫동안 핵심 변수들을 간과해왔다”면서 “나도 이에 책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 NIH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암수를 나눠 실험할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NIH의 결정이 옳았음이 이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만성 통증 환자는 대부분 여성이며, 여성만의 독특한 반응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춘 치료법이나 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동물과 인간의 생체 기능과 반응 기제는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으며,인간도 공통점과 함께 남녀뿐만 아니라 인종이나 종족별로도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특히 유전자학이나 면역학 등 첨단 생물학ㆍ의학 연구, 게놈지도 등이 주로 백인과 부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고 그에 따른 치료법과 신약개발도 나라와 인종, 계층에 따른 차별이 결과적으로 빚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투표
트럼프 당선...한국에는 득 혹은 실 ?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됐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에게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득이 많다
실이 많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