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단추 위협’서 급격한 변화…담판 통해 꼬였던 비핵화 실타래 풀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보낸 초청장을 전격 받아쥐었다.북미 간 중재를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풀어낸 ‘방미 보따리’를 통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직접 확인하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조기에 만나기를 갈망한다”며 김 위원장이 내민 ‘올리브 가지’(화해의 말)를 덥석 잡으면서 역사상 최초로 기록될 북미 정상회담의 극적 성사가 가시권 안에 들어오는 등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두 사람은 연초까지만 해도 ‘핵 단추 경쟁’을 벌이는 등 지난 1년간 벼랑 끝에서 ‘말의 전쟁’을 벌이며 전쟁 위기론을 키웠지만 이날 특사단의 중개를 통해 극적인 변화의 손길을 부여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장에 대해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화답한 데는 그동안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비핵화 의지 표명’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정 실장, 서 원장 등 대북 특사단이 방북에서 돌아온 직후 내놨던 지난 6일 발표 당시에도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 표명 소식을 듣고 “남북에서 나온 발표가 매우 긍정적이다. 북한이 아주 좋았다”며 북한의 태도에 대해 모처럼 ‘진지하다’는 평가를 했었다.
다만 이때만 해도 “우리가 그것을 이어갈 수 있을지 두고 보자”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회담 의사를 보다 굳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대로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통해 실타래처럼 꼬였던 비핵화 문제를 ‘원샷’으로 풀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소와 시기는 미정이지만 김 위원장이 초청한 형식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평양으로 날아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셈이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가 먼저 급진전을 보인 가운데 자칫 북핵 해결 국면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뜻도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하겠다”고 한 적이 있으며, 지난 1월 월스트리트(WSJ) 인터뷰에서는 “아마도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인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때까지 대북 압박의 고삐를 유지해 나가는 등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단계들을 밟아나가며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정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제재 덕분에 북한이 대화 쪽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과거 북한과의 합의 과정에서 되풀이됐던 전임 정권들의 실패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는 뜻을 거듭 강조해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사단을 만나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수락하면서도 그 만남의 목적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큰 진전이 이뤄졌다”면서도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에 양측간 탐색전을 통해 미국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며 ‘돌다리’를 두드리는 정지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정의가 다를 수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이 밝힌 ‘핵·미사일 실험 자제’는 미국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 인만큼, 협상의 ‘입구’에 대해서도 서로 간 퍼즐 맞추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 표명에 대해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직접 얼굴을 맞대기 전까지는 북한의 협상 조건이 올바른지 알 수 없다”며 탐색전 성격의 예비대화를 거쳐 본협상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단계적 경로를 제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