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만5천895명·행불자 2천539명…아직도 3천600명 수색작업7만3천명 이재민 생활…후쿠시마 원전 폐로 난항·높아지는 ‘反원전’ 목소리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미야기(宮城)현 오시카(牡鹿)반도 동남쪽 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구마모토 강진…東일본대지진급 진동
전날 밤 지진이 강타한 일본 구마모토현 마시키(益城)의 15일 가옥들이 파손된 모습. 이 지진으로 마시키에서 진도 7, 구마모토시에서 진도 6에 약간 못 미치는 흔들림이 관측됐다. 일본에서 지진으로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된 것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5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이날 오전 사망 9명, 부상 76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상자 가운데 53명은 중상이다. 4만4천400여명이 500여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AP/교도통신 연합뉴스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치면서 또 다른 재난이 발생했다. 핵연료가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이 발생했고 방사성 물질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11일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딱 7년이 지났지만, 재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도 1천명 이상이 행방불명 상태이며 적지 않은 이재민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타향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애물단지가 된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 7년째 이재민 생활…고향 못가고 떠도는 사람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5천895명으로, 행방불명자의 수는 2천539명에 이른다.
지진과 쓰나미의 직격탄을 맡은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등 3개 현에서는 3천600명 이상의 경찰관이 아직도 행방불명자의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동일본대지진으로 7년째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은 7만3천명에 달한다. 피난이 장기화하며 아예 주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많아 큰 피해를 입은 3개 현 42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 이상에서 10% 이상의 인구 감소가 발생했다.
여전히 피난 생활 중인 사람 중 친족이나 지인의 거주지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경우는 1만9천632명이나 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피난 생활 중인 사람들은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NHK가 12월~지난달 3개 현 재난 피해자(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난자 포함) 1천9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5%는 경제적인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었고, 66.3%는 “대지진이 발생한 지 7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괴로워했다.
대지진 후 피난 생활 중 건강이 악화돼 세상을 떠난 사람은 3천647명이나 된다. 작년 1년간 정부가 마련한 이재민 공영주택에서 혼자 살다가 고독사한 사람은 최소 54명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32조엔(약 324조원)의 예산을 대지진 피해지역을 복구하고 활기를 되살리는데 쏟아부었지만, 복구는 아직 한창 진행 중이고 활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철도나 도로 등 교통 인프라의 복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JR 조반(常磐)선 20.8㎞, 야마다(山田)선 55.4㎞ 구간의 철도는 여전히 끊겨 있고 미야기현 센다이(仙台)시에서 아오모리(靑森)현 하치노헤(八戶)시, 이와테현과 후쿠시마현을 연결하는 도로 건설은 이제 막 절반의 공정을 넘어섰다.
후쿠시마현의 원전 주변 지역 중 일부는 피난지시가 해제됐음에도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세대가 특히 귀향을 꺼려해 거리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조사 결과 오는 4월 신학기에 초중학교 학생 모집을 재개한 후쿠시마현내 4개 기초 지자체의 취학대상자 중 4%만 고향의 학교에 다니기를 희망했다.
◇ 원전 폐로 아직도 걸음마 단계…높아지는 ‘원전 제로’ 목소리
대지진 후 수소 폭발이 발생하며 심각한 상황까지 내몰렸던 후쿠시마 원전은 흉물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갖춘 채 본격적인 폐로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30~40년 후 완료를 목표로 폐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첫 단계인 사용후 핵연료 반출 작업도 시행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제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고 당시의 노심용융(멜트다운·meltdown)으로 녹아내린 핵 데브리(잔해를 뜻하는 프랑스어 ‘debris’)의 상태를 파악해 끄집어 내야 하는데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반출 방법을 찾아내긴커녕 아직 내부 상황도 제대로 파악을 못 해 애를 먹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자꾸 늘어나고 있는 오염수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1~4호기 원자로 건물 주변에는 사고 후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담겨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물과 섞이며 오염수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80만톤(t)을 넘어섰다. 당장은 이 애물단지를 거대한 물탱크에 담아 원전 주변에 쌓아놓고 있지만, 처리 방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원전이 이처럼 골칫거리가 된 상황에서 일본 정치권에서는 ‘원전 제로(ZERO)’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헌민주당, 공산당, 자유당, 사민당 등 야당 4곳은 지난 9일 ▲ 법 시행 후 5년 이내에 모든 원전에 대해 폐로 결정 ▲ 2030년까지 전력공급량 중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 ▲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포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원전 제로(ZERO) 기본법안’을 공동 제출했다.
공동 제출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야당인 희망의 당 역시 별도로 비슷한 법안을 준비 중이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는 지난 1월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와 함께 ‘원전 제로’ 법안을 정치권에 제안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동안 가동을 멈췄던 원전을 재가동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탈(脫)원전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그런 만큼 원전 정책은 향후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정권 선택을 결정할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그간 원전 피해 보상으로 8조엔(약 81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했지만, 원전 사고로 터전을 잃은 피난자들은 생활의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