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암살 시도 둘러싼 영국과 갈등이 “투표율 올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데에는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을 둘러싼 영국과의 외교적 대치도 한몫했다고 푸틴 대선 캠프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안드레이 콘드라쇼프 푸틴 대선 캠프 대변인은 “투표율이 예상보다 8~10% 높았다. 영국에 감사하다고 말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콘드라쇼프는 “우리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끌어내야 하는 압박을 받았다”며 “러시아가 무차별적으로, 그리고 아무런 증거 없이 비난받을 때마다 러시아 국민은 힘의 중심에서 뭉친다. 오늘 그 힘의 중심은 분명히 푸틴”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투표율이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엘레나 팜필로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투표율이 2012년 대선(65.25%)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 측은 최소 70% 투표율에 최소 70%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실제 투표 결과는 개표율 90.02% 현재 푸틴 대통령이 76.41%의 지지를 기록하고 있다.
푸틴은 이날 대선 캠프에서 승리 연설을 한 뒤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암살 시도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한 영국 정부의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푸틴은 “러시아에는 그런 물질(암살 시도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없다. 우리는 국제 옵서버들의 통제 아래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해놓고 지금까지 지키지 않은 일부 파트너들(서방들)과 달리 우리는 가장 먼저 그것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크리팔이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았다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주장도 그게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거듭 부인했다.
이날 밤 러시아 국영 TV 토크 쇼들에서는 푸틴의 업적을 칭송하고 푸틴 대통령이 막판 유세에서 러시아는 포위된 요새라고 말한 데 대한 공감대가 지지를 끌어올렸다는 콘드라쇼프의 발언이 거듭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스크리팔 암살 시도를 둘러싼 영국과 러시아 간 초강경 맞대응은 “대선을 며칠 앞둔 푸틴을 악화하기는커녕 러시아는 국내외 적들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에 직면한 포위된 국가라는 푸틴의 입장만 굳힐 뿐”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정부는 전날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 23명을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23명을 추방하자 맞대응한 것이다.
지난주 메이 총리는 의회에 출석, 스크리팔 암살 시도에 사용된 신경작용제가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으로 밝혀졌다며 러시아 정부가 직접 이를 사용했거나 아니면 남의 손에 들어가게 하는 등 관리에 실패했을 두 가지 가능성만이 있다고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 해명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러시아에 보낸 뒤 아무런 설명이 나오지 않자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등을 포함한 제재에 나섰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은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