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정은 방중후 ‘역할론’ 전방위 확대…대내외 여론몰이 주력

中, 김정은 방중후 ‘역할론’ 전방위 확대…대내외 여론몰이 주력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30 13:43
수정 2018-03-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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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 방한, 북중정상회담 설명…美·러등에도 상세한 디브리핑

중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을 통한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주연’으로 나설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북중정상회담 개최와 그 결과 전달을 이유로 한미 양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 등으로 특사를 보내는 한편 내부적으로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중국이 빠질 수 없으며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설파하는 등 두드러진 액션에 나선 형국이다.

우선 중국 지도부 25명 중 한 명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북중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한 양제츠 위원은 한중 양국이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데 필요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한중 공조방안도 논의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는 김정은 방중과 관련해 사전 통보하는 한편 북중정상회담 결과는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등을 외교채널을 통해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외에 러시아와 일본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참여한 중국과 북한 간 경색됐던 관계는 김정은 방중을 계기로 사실상 화해 무드로 전환된 가운데 중국은 과거 3자회담과 6자회담 시절 의장국으로서 역할 강화에 나설 의지를 강하게 비치고 있다.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5월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북중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북중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역할을 확대할 기세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한 대중 압박으로 미중 간에 무역·외교·안보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북중관계 경색 국면을 해소함으로써 미국에 대항하는데 북한을 ‘전략 카드’로 활용할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28일 중국 관영언론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투로 보도한데서도 그런 기색은 완연하다.

관영 매체들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의 역할론을 며칠째 강조하며 중국의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0일 사평(社評)을 통해 “중북 정상회담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며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북관계는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중북관계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과 중국의 영향력을 이해했다면 각국은 반드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한 중국의 입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겨냥해선 “지난해 말 일부 국가는 대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이런 기조가 중단됐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 태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한반도 업무와 관련해 각국의 영향력은 강하고 약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누군가 일방적으로 원칙을 정할 정도는 아니다”며 “상대적으로 공정한 방안만이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이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논평을 통해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릴 예정이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번 담판이 한 번에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어렵게 얻은 긴장 완화 추세를 이어 나가고, 한반도 문제의 일괄적 해결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성급히 해결하려고 하면 갈수록 더 얽히게 돼 있다”며 “한반도 문제에서 지정학적인 논리를 펴는 것은 자신을 진흙탕으로 빠뜨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북관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다른 국가 간 관계도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지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상호 신뢰 수준이 높아질수록 북한과 관련 국가 간 소통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커진다”고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글로벌 타임스는 양제츠 위원의 방한 결과를 자세히 소개하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각했다.

통신은 또 양 위원이 “중국은 한반도 정세 완화를 위해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의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타임스도 북한 문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은 한반도에서 경제·전략적 이익이 막대하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중 정상회담 이전에 북중관계는 한미 동맹과 달리 ‘보통 국가관계’라고 강조하던 중국 관영 매체들의 태도가 급격히 변화한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점차 입김이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되면서 차이나 패싱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중국이 파고들 틈이 좁아진 상황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역할을 강조할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서 살짝 밀려난 중국의 위상을 다시 중심부로 이동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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