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누신 “트럼프 기꺼이 협상할 것”
美 재가입 땐 日과 무역동맹 강화한국은 회원국과 개별 협상 필요
미측 통상 압박 더욱 가시화 우려
美 “모든 수단 동원 中무역 압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가능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상공회의소의 투자설명회에서 TPP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그(트럼프 대통령)는 기꺼이 협상할 것”이라면서 “그것(TPP)은 현재 우선 사항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고려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TPP 복귀와 관련) 상당한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가 다자(협정)를 해야 할지 여부 또는 TPP 복귀를 고려할지 여부, 그것이 다시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TPP 조건부 복귀론’을 제기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더욱 구체화한 형태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TPP는 미국에 몹시 나쁜 거래”라면서도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는 아·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일본의 입장에서도 외형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협정이다.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 한국에 뒤졌던 일본은 미국을 TPP에 다시 끌어들이면서 단번에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아울러 미국의 복귀가 현실이 된다면 중국이 빠진 TPP는 아·태 지역 ‘무역의 룰’을 정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번번이 참여 기회를 놓쳤던 한국은 TPP 가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공을 들여 왔다. 미국의 TPP 재가입 논의를 계기로 미국·일본 간 무역동맹이 강화되면 한국이 글로벌 통상질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TPP 당사국이 아닌 한국은 가입하려면 TPP 회원국과 개별적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라도 협상에 참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주도국인 일본이 TPP 비회원국에 대한 차별을 노골화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정책 어젠다·2017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대중국 고강도 무역 압박을 예고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했던 경제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 최근 몇 년간 ‘시장 원리’와 더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불공정한 관행에 따른 수혜를 막기 위해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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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 체제로 시작했다. 2008년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2013년 TPP에 합류했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를 2015년 10월 체결했지만, 발효도 하기 전인 지난해 1월 가장 중요한 국가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전격 탈퇴했다.
2018-03-02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