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지난 2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열광하는 사이, 적어도 우리에겐 조용히 잊혀진 사건이 되었다. 미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 동안 미국 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모두 270차례, 일주일에 한 번꼴이다.총기 난사 피해자의 유족만큼 가해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도 크다. 사진은 지난 17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니콜라스 크루즈의 양부모인 킴벌리(왼쪽)·제임스 스니드 부부가 괴로워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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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사고 초기 극도의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들의 행위는 곧 엄마의 행위였고, 세간의 시선도 그러했다. 양말 한 짝을 신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 일쑤였고, 어떤 날은 옷을 다 입는 데 네 시간이나 걸리기도 했다. 죄책감에서 오는 깊은 무력감에 수는 오랫동안 시들어갔다. 하지만 용기를 냈고, 펜을 들어 일기를 썼다. 다시 비탄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내 아들과 아들이 한 일에 대한 복잡하고 모순적인 무수한 감정들을” 일기장에 빼곡하게 써내려갔다. 감정의 배설이었다면 그 일기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수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전에 나는 일기를 통해 그들에게 사죄하고 홀로 애도했다”고 썼다. 이 책은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사죄의 편지라고도 할 수 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누군가 삶은 견디는 일의 연속이라고 했다. 수는 슬픔을 견뎠고, 그 슬픔 가운데로 희생자 가족들이 들어와 손을 내밀었다. 책의 부제는 ‘비극의 여파 속에서 살아가기’(Living in the Aftermath of Tragedy)이지만, 그것이 꼭 비극의 연속은 아닌 셈이다. 교사들에게 총을 쥐여 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어떤 이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의 함의를 백 번 읽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꼭 총기 난사가 아니어도, 갖가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2018-02-24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