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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정책마당] 개도국 농업ㆍ농촌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농업 ODA/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월요 정책마당] 개도국 농업ㆍ농촌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농업 ODA/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입력 2018-06-10 22:50
업데이트 2018-06-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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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원조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 본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WFP 관계자는 긴급상황실에서 기아 위기에 놓인 지역들을 보여 주며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줄어왔던 세계 기아 인구가 내전, 국지적 분쟁, 기후변화로 2016년 다시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려했다. 실제로 유엔이 발표한 2017년 식량안보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영양부족 인구는 8억명을 넘어섰으며 전 세계 인구 9명 가운데 1명이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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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인공지능, 드론 등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기아와 빈곤은 어느 한 국가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지역적 위기로 확산되기도 한다.

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대표적인 예이다. 튀니지의 식품가격 상승과 빈곤 심화로 인해 촉발된 이 운동은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등으로 확산돼 아랍권 반정부·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시리아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국제적 문제로 비화됐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개도국의 기아와 빈곤 퇴치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유엔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지속가능개발목표에서 ‘빈곤 퇴치’와 ‘기아 종식’을 과제로 제시하며 전 지구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기아와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도국 내에서 농업과 농촌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 빈곤 인구의 4분의3이 농촌 지역에 살고 있으며 농업은 대다수 개도국의 생산 및 고용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굳이 이런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을 살펴보면 농업이 중요한 이유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가 수출 중심의 공업화 정책을 추진하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같은 기간 식량 증산을 통한 주곡 자급달성과 물가안정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면 눈부신 경제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있지만, 외부에서 우리나라의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개도국의 고위급 관계자들과 양자면담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농업기술과 농촌개발 경험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단기간 내 식량자급을 달성하고 농업·농촌 발전을 이뤄 낸 우리나라를 모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개도국의 눈에 우리 농업은 그들이 닮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개도국의 기아와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식량원조를 농업 공적개발원조(ODA)의 중요 분야로 인식하고 올해 1월 식량원조협약(FAC) 가입을 마무리했으며 지난 5월 군산항에서 중동, 아프리카로 향하는 우리 쌀 5만t이 첫 출항을 했다. 그동안 추진해 오던 개도국의 농업·농촌 지원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06년 4억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2018년 191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지원 대상도 3개국에서 15개국으로 확대됐다. 개도국에 단순히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 그들 스스로 경제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것이 농업 ODA 사업의 목표이다.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은 ‘이웃의 번영은 결국 우리의 번영’이라는 말을 남겼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구조를 딛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아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이 개도국의 농업·농촌 발전에 자극이 되고 그들도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반세기 만에 식량을 원조받던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한 우리나라의 값진 경험이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많은 나라에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기원한다.
2018-06-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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