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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종로구의 전통 한복 논란이 남긴 것/주현진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종로구의 전통 한복 논란이 남긴 것/주현진 사회2부 차장

주현진 기자
주현진 기자
입력 2018-10-29 17:26
업데이트 2018-10-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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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 한복’ 고궁 무료 입장 폐지 논란으로 전통 한복 보존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주현진 사회2부 차장
주현진 사회2부 차장
최근 서울 경복궁 정문 앞에서 만난 강한솔(27·여)씨 일행은 요즘 고궁에서 유행하는 반짝이 한복 대신 단아한 전통 한복을 빌려 입은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젊은이들 입장에선 고궁 한복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한복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요즘 대세인 반짝이 한복이 전통 한복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구별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 고유의 것은 잊혀지고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10~20대 내국인 여성들은 고궁 한복 나들이 의상으로 반짝이 한복을 선호한다. 금박, 은박, 큐빅, 망사 등 화려한 장식과 함께 링 속치마로 서양식 드레스처럼 치마통을 동그랗게 부풀리고, 저고리 뒤로 크게 묶은 리본이 특징인 일명 반짝이 한복이 고궁을 찾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이다. 시대에 따라 옷이 바뀌는 만큼 전통 의상이라고 해도 다양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견과 전통 한복을 왜곡한 국적 불명의 옷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맞선다.

반짝이 한복은 문화재청이 한복 고궁 무료 관람을 시행한 2013년 전주 한옥마을에서 등장했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와 맞물리면서 고궁 한복 입기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이 과정에서 화려한 드레스 느낌의 반짝이 한복이 탄생했다고 한다. 고유의 의상인데도 전통 양식과 차이가 크다는 것과 별개로 낮은 제작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만들어 수입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종로구가 지난 9월 문화재청에 반짝이 한복 고궁 무료 입장 혜택 폐지를 요청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종로구의 전통 한복 논란은 우리가 전통 한복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라고 하면 첫손에 꼽는 것이 한복이지만, 보존과 계승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이 제값을 받을 수 없는 분위기에서는 어어지길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전통 한복 논란이 고궁 무료 입장 폐지 쪽으로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안타깝다. 정작 고민해야 할 전통 한복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는 쏙 빠졌기 때문이다. 국감에 한복을 입고 나와 무료 혜택 폐지 반대 이야기만 한 국회의원, 무료 입장 혜택 폐지 주장은 ‘꼰대’ 발상이라며 감정적인 공격에만 급급했던 일부 언론, 보존 방안 고민 대신 반짝이 한복 무료 입장 폐지는 어렵다며 소극적인 방어에만 골몰한 해당 부처 등이 대표적이다. 종로구가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는데 손가락만 본 격이 아닐 수 없다.

연암 박지원은 법고(法古)와 창신(創新) 앞에서 법고를 내세우는 사람은 옛 자취에만 얽매이는 것이 병통(病痛)이고, 새것을 만들자는 사람은 상도(常道)에서 벗어나는 게 걱정거리라고 했다.

전통을 지키면서 발전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종로구는 그동안 역사 도시 1번지라는 정체성에 착안해 한복, 한옥, 한식, 한글, 한지 등 우리 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지만 지자체 혼자 전통을 지켜 나가기엔 한계가 있다. 전통이 사라지면 한류도 발전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복 업계뿐 아니라 우리 모두 전통 한복을 계승하면서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 가길 기대해 본다.

jhj@seoul.co.kr
2018-10-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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