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씨줄날줄] 고사 위기 알뜰폰/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사 위기 알뜰폰/이두걸 논설위원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8-11-15 22:22
업데이트 2018-11-16 00:2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알뜰폰’은 알뜰한 요금으로 쓰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말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망을 도매로 빌려 가상이동통신망(MVN)을 짠 뒤 통신 서비스를 재판매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 2항은 “알뜰폰 업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도매 제공을 해야 하는 의무사업자의 전기통신서비스를 지정 고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의무사업자는 SK텔레콤이다. 알뜰폰의 장점은 30%가량 저렴한 요금이다. 통화 품질은 이통사와 동일하지만 망 관리비나 유지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이런 덕분에 2012년 출범 이후 6년 만에 800만명(10월 793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사용자가 늘었다. 연초까지도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인원이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이탈한 가입자 수가 지난 5월 9149명 순증으로 돌아선 이후 10월에는 2만 3406명으로 늘었다. 직접적인 이유는 보편요금제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 정책에 따라 기존 이통사들이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입자가 이탈하기 시작한 5월은 KT가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한 시점이다. SK텔레콤은 7월, LG유플러스는 8월에 요금제를 개편했다. 이통사 요금제가 알뜰폰보다 더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서비스 월 요금은 기존에는 알뜰폰이 이통사보다 2000원가량 저렴했지만, 지금은 이통사 쪽이 3000원 가까이 더 싸다.

알뜰폰 업체들이 이통사보다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으면 고객이탈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러나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 원가가 과다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SK텔레콤과 알뜰폰 사업자는 데이터의 경우 MB당 19.1% 인하된 3.65원에 도매 대가를 합의했지만, 이 정도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통사들도 할 말은 많다. 알뜰폰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지 못해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화살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니치 마켓’을 공략하는 등 업계의 혁신을 촉발하는 ‘메기’ 역할은 등한시한 책임도 지적한다.

정부도 책임이 크다. 통신비 부담 경감이라는 ‘선의’만 앞세워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알뜰폰의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통신비 경감 논란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다만 800만명 고객의 선택권을 감안하면 알뜰폰 시장이 고사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논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통신비 인하와 알뜰폰 도입 취지 등을 살리는 대안이 마련될 시점이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2018-11-16 31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