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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이 품위 손상? 심각성 못느끼는 정부

음주운전이 품위 손상? 심각성 못느끼는 정부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11-16 15:19
업데이트 2018-11-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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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받은 음주운전 검사, 2015년 이후 단 한 명

2년 동안 음주운전 2회 적발돼도 ‘정직’ 처분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 낸 검사, 감봉 1개월

“경찰 수준으로 징계 수위 강화“ vs ”인사상 불이익 감안해야“

음주 단속 중인 경찰
음주 단속 중인 경찰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음주운전을 한 현직 검사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1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A검사는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8%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지난달 23일 A검사는 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징계 양정 기준이 바뀌면서 음주운전 1회 적발 시 감봉 이상의 처분을 받지만, A검사는 기준 개정 전에 적발됐고 당시 상황을 고려해 견책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을 한 검사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음주운전 위반 사범을 처벌하는 검사는 음주운전을 해도 경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과 최소한 같은 수준의 징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무부가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공고한 ‘징계 처분 결과’를 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음주운전 사유로 징계를 받은 현직 검사는 5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검사는 한 명 뿐이었다. 지난해 7월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B검사는 2015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2015년 6월 음주운전을 했을 때는 혈중 알코올농도가 0.17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고 교통사고까지 냈지만, 당시 B검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나머지 4명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라는 취지의 ‘견책’ 또는 월급이 일부 깎이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중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C검사는 2014년 3월 혈중 알코올농도 0.130%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놓고도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만취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또 다른 검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는 음주운전을 한 검사에 대해 징계를 내릴 때마다 징계 사유로 “품위를 손상했다”는 점을 들었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하마터면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단순히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했다고 보는 대목은 정부가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사에 대한 징계 양정 기준은 일반 공무원들이 적용받는 징계 기준보다는 다소 높지만, 경찰청이 마련한 징계 기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경찰관은 단순 음주운전으로 1회 적발되더라도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받는다. 2회 적발되거나 교통사고를 내면 직급이 한 단계 이상 떨어지는 강등 처분을 받거나 해임된다. 반면 현직 검사는 2회 적발이 되더라도 강등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정직 처분을 받을 수 있고, 교통사고를 내도 중징계를 피할 수 있다.

경찰청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정부 부처 음주운전 징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법무부는 직원 1000명당 연 평균 1.95명, 대검찰청(검사, 일반 직원 포함) 1.28명, 경찰청 0.52명 순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위반자 수는 경찰관이 가장 많을 수 있어도 상대 비교를 하면 법무부, 검찰 직원들의 음주운전 비율이 더 높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에 대한 기소 권한을 가진 검사가 사회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법 위반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현행 음주운전 징계 기준도 경찰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징계를 받더라도 승진 등 인사 상 불이익을 감안하면 개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사회 여론에 따라 무조건 처벌 강화를 외치기 보다 정해진 기준 안에서 공정하게 심사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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