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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총수 일가 견제 현실화… 경영 개입 ‘관치’ 부작용도

국민연금, 총수 일가 견제 현실화… 경영 개입 ‘관치’ 부작용도

장은석 기자
입력 2019-01-16 22:40
업데이트 2019-01-1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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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첫 시험대

3월 대한항공 주총서 조양호 재선임 안건
국민연금 반대 전망… 다른 기업들도 긴장
기업가치 높이며 배당 확대 등 윈윈 효과

재계 “정부 입김 따라 과도한 간섭 가능성”
국민 노후자금 장기 수익성 악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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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자본시장과 재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와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첫 적용 사례여서 당장 경영권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했던 총수 일가를 견제할 확실한 카드로 평가한다. 반면 재계는 기업 경영권이 정부 입김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관치’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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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피켓 시위 중인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관계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피켓 시위 중인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관계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관련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3월에 예정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연구원장은 “조 회장 쪽 지분을 생각하면 국민연금이 연임을 저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면서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경영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기업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 국민연금과 해당 기업, 투자자 등 모두에게 좋은 윈윈 효과”라고 말했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화하면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 일단 국민연금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국내 회사는 총 799개다. 특히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주식은 삼성전자로 지분율은 9.6%다. 10대 투자 종목은 SK하이닉스(지분율 10.0%), 포스코(11.1%), 네이버(10.8%), 현대자동차(8.5%), LG화학(9.1%), KB금융(9.6%), 현대모비스(9.8%), 신한지주(9.5%), SK텔레콤(9.1%) 등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적용이 본격화되면 배당 확대 등 투자자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국민연금이 당장 기업 경영권에 간섭하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에 주주 우대 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가장 먼저 나올 방안은 배당 확대”라면서 “다만 이로 인해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문제가 있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여론 등에 휘둘려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할 가능성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한 재계 임원은 “KT&G 백복인 사장 연임 과정에서 정부가 KT&G 주주인 기업은행을 움직여 연임 저지에 나섰다가 관치 논란을 불렀던 것처럼 우회적인 정부의 경영 간섭이 추후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모른다”면서 “자칫 국민연금의 정치적 의사 결정으로 국민 노후자금의 장기적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수성향 단체들도 반대 집회를 펼쳤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지배구조포럼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경계한다’는 제목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자의 자격을 규율한다는 자체가 문제적 발상”이라며 “형법상 처벌해야 한다면 처벌하면 되지, 범죄를 이유로 재산을 뺏거나 경영권을 뺏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전체주의·사회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9-01-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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