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폭력 시달린 주민 112 신고 녹취록…경찰 ‘무신경 대응’ 논란

입력 : ㅣ 수정 : 2019-04-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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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씨가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안씨는 평소 피해망상을 자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 시내 한 정신건강의학병원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조현병을 치료받았으나 현재는 중단 상태다. 2019.4.1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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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씨가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안씨는 평소 피해망상을 자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 시내 한 정신건강의학병원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조현병을 치료받았으나 현재는 중단 상태다. 2019.4.19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이 범행 전 여러 차례 일으킨 사전 징후에 경찰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안인득의 그간의 폭력 행위를 신고한 112 녹취록이 공개됐다.

25일 CBS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관련 녹취록을 확보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안인득의 폭력 행위에 경찰 출동을 요청한 신고는 2018년 9월 26일부터 지난 3월 13일까지 모두 8건이었다.

특히 3월 3일부터 13일까지 열흘 사이에만 5건이 집중됐다.

이 중 녹취파일 보존기간(3개월)이 경과한 신고 2건을 제외한 6건의 신고 녹취록 내용을 CBS는 전문 그대로 보도했다.

녹취록에는 안인득의 이유 모를 폭력 행위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두려움과 다급함이 반복적으로 담겨 있다.

이에 경찰이 무신경하게 대응했다고 지적받을 만한 내용도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은 CBS가 보도한 녹취록 내용.

1. 2019년 2월 28일 오전 7시 17분

신고자는 안인득의 위층 주민으로 지난해 9월 안인득의 출입문 오물 투척 피해를 입은 적 있다. 이날 안인득이 시비를 걸어와 만나기로 했으니 경찰이 출동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신고자는 두려움에 떨며 경찰이 빨리 와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내용을 알고 가야 한다”고 대응했다.
(112) 네 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신고자) 여기 가좌동 주공3차 아파트에

(112) 주공 3차요?

(신고자) 네네 지금 좀 빨리 와주세요.

(112) 가좌주공 3차 몇 동, 몇 호에요?

(신고자) 303동에요

(112) 가좌주공 303동

(신고자) 앞에 있어요

(112) 3동 단지 안입니까?

(신고자) 예예

(112) 가좌주공 303동에 무슨 일 인데요? 무슨 일 입니까?

(신고자) 아니, 층간 문제 때문에 그렇기는 한데 지난번에 그 우리집 앞에 오물 뿌리고 가서 제가 신고한 적이 있기는 한데, 방금 출근을 하는데 우리집 바로 아래층의 남자가 계란을 던지고 그렇게 하면서 나한테 폭언을 퍼 붇고 지금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와야 되요. 지금 불안해서 못 살아요

(112) 아랫 집 사람입니까?

(신고자) 아랫 집 사람이요.

(112) 아랫 집 사람이 지금 찾아...

(신고자) 지금 좀 빨리 와주세요.

(112) 아니, 여보세요.

(신고자) 예

(112) 경찰이 내용을 알고 가야 돼요. 빨리 가는 거 좋은데 알고 가야죠..지금 그 사람이 찾아오기로 했다 이런 말입니까, 와 있다는 말입니까.(신고자) 지금 내려오기로 했는데요.

(112) 지금 찾아가고요?

(신고자) 지금 밑에 오는 데 계란을 던지고 준비를 한 것 같아요. 욕을 하고 그래요.

(112) 지금 찾아온다고 말을 했단 말이죠?

(신고자) 예 밑으로 내려온다고 얘기했는데, 내가 관리사무소 쪽으로 신고를 했는데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112) 303동 앞에서 만나보세요. 303동 앞으로 가 볼게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이 신고 내용을 인정했고, 신고자가 차후 같은 일이 벌어지면 재신고 하기로 했다’며 ‘현장종결’처리했다.

2. 2019년 3월 3일 오전 8시 38분

신고자는 2월 28일 신고한 주민이다. 이번에는 집 앞에 오물이 뿌려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안인득을 의심했지만 경찰은 ‘CCTV 설치 상담’을 하고 ‘현장종결’ 처리했다.

3. 2019년 3월 8일 오전 6시 49분

한 주민이 “마약한 미친놈이 있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안인득이 출근길 주민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였다.

그러나 경찰은 “마약했는지 어떻게 아냐”는 식으로 반응했다.

신고자가 신고한 결정적 이유는 ‘행패’였지만 경찰은 ‘마약’에 방점을 찍고 신고 내용을 대수롭지 않은 듯이 응대한 뉘앙스다.
(112) 긴급신고 112입니다.

(신고자) 여보세요.

(112) 네 말씀하세요.

(신고자) 네 가좌주공 3차입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112) 가좌주공 3차요... 3차 303동 말씀하시는 거 맞으세요?

(신고자) 네 여기 마약한 놈이 있는 거 같은데

(112) 3차 몇 동 입니까?

(신고자) 네? 303동 303동 앞에 서 가지고 있습니다.

(112) 303동 앞에요. 그걸 본인이 어떻게 아십니까? 마약 했는지를...

(신고자) 아니 모르겠어요. 아침에 시비를 걸고 ×××(욕설)가 눈깔을 쳐다보니깐 풀려가 있고...

(112) 말씀을 좀 헷갈리게 말씀하시는데 본인한테 행패를 하는 겁니까?

(신고자) 행패도 행패고 아침에 출근하는데 시비를 걸 길래 쳐다보니깐 이게 뭐 (마)약 한거 아니면 이러지 않을 것 같아서...

(112) 이유 없이 시비 건다 이 말씀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마약했다고 주장을...

(신고자) 아니 주장을 하는건 아니고 그런 것 같아요.

(112) 저희가 출동은 하는데 괜히 오해를 살 요점이 있으면 안 되는거니깐...그래서 근거가 있는 건지 물어 보는 거예요.

(신고자) 아니 뭐 그냥 시비를 걸어서 전화를 했어요.

(112) 가좌 3차 303동 앞에요.

(신고자) 예예

(112) 예 지금 출동 하겠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도 ‘상호 간에 욕설만 하고 폭행 등 피해 사실이 없어 계도 후 현장종결’했다.

4. 2019년 3월 10일 오후 10시 20분

호프집에서 안인득이 망치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다음날 피해자와 합의가 됐다면서 안인득을 풀어줬다.

5. 2019년 3월 12일 오후 8시 46분

안인득의 계속된 행패에 시달린 위층 주민이 다시 신고했다. 3월 3일 경찰과 상담한 것처럼 CCTV를 설치했는데 안인득이 다시 오물을 뿌리며 행패를 부렸다는 신고였다.

이날도 경찰은 ‘발생보고(형사과 인계)’만 하고 종결했다.

6. 2019년 3월 13일

안인득의 폭력행위에 시달려온 위층 주민의 마지막 신고였다. 안인득을 마주쳤는데 안인득이 욕을 하며 시비를 걸어서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호소였다.
(112) 긴급신고 112입니다.

(신고자) 여보세요?

(112) 네

(신고자) 여기 가좌주공 3차 303동 ×××호 인데요.

(112) 가좌주공 3차 303동 ×××호요?

(신고자) 예

(112) 무슨 일이십니까?

(신고자) 아 어저께 제가 경찰 접수를 해가지고 아랫집 때문에요. 그래가지고 오늘 전화기를 안가지고 내려왔는데.. 이게 남 전화기인데 내려오자마자 욕을 하고 해서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지금 이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112) 신고자 분 지금 303동 앞에 있다는 말씀이세요?

(신고자) 아니요 관리사무실 옆에 경비실에 있어요.

(112) 지금 경비실은 몇 동쪽에 있습니까?

(신고자) 304동요.

(112) 304동이요? 304동 앞으로 경찰관이 출동을 할거구요 지금 그 상대방분은 같이 있습니까?

(신고자) 아니요? 욕을 하고 따라 오더니만 제가 경비아저씨를 만나가지고 전화를 하니깐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 집에 못 올라가겠어요. 우리 아랫집이 되 가지고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입니까?

(112) 신고자분 집은 303동 ×××호라는 말씀이신거구요?

(신고자) 네네

(112) 경찰관이 지금 출동을 할거고 전화는 지금 빌려서 전화를 주신다는 거예요?

(신고자) 예 경비아저씨 전화요.

(112) 아 그러면 저희가 304동 앞에 있는 관리실로 갈테니깐 이동하지 말고 좀 기다려 주세요.

(신고자) 네.
경찰은 이 사건 역시 ‘폭행 등의 사실이 없고, 욕설만 하여 계도 후 현장종결’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4월 17일 새벽 4시 안인득은 4층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나와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총 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했다.

권미혁 의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자·타해 위험이 큰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정부 차원의 좀 더 촘촘한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지고 사과하기로 한 상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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