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근원-자연회귀 / 이상찬 · 자두나무 / 최두석

입력 : ㅣ 수정 : 2019-04-26 02:03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근원-자연회귀 / 이상찬 73.5×60.5㎝, 동판에 칠보기법 한국화가.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명예교수

▲ 근원-자연회귀 / 이상찬
73.5×60.5㎝, 동판에 칠보기법
한국화가.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명예교수

근원-자연회귀 / 이상찬

73.5×60.5㎝, 동판에 칠보기법

한국화가.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명예교수

자두나무 / 최두석

어린 날 세상 모르고 행복했던 순간

나는 원숭이처럼 자두나무에 올라가 있었네

자줏빛으로 달게 익은 자두를 한 알 두 알

느긋이 골라서 따먹고 있었네

그때 나는 큰집에 맡겨 있었고

오래된 우물이 있는 큰집의 뒤란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두 그루의 자두나무를 옮겨 다니고 있었네

밥상머리에 늘 앉히고 먹이던 큰아버지는

사라호 태풍에 난파된 배를 타고 먼 길 가시고

큰어머니와 사촌 누나들이 함께 살던 집

들여다보면 우물 속 이끼처럼

우중충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는데

그때가 내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은 것이

자두나무가 요술을 부린 것처럼 기이하다네

그때 내가 품은 의문은 고작

손오공은 왜 자두가 아니고 복숭아를 따 먹었을까였다네.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에 호두나무가 있었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호두나무를 많이 사랑했다. 호두가 익을 무렵 할아버지가 집을 비우면 호두나무에 올라갔다. 손수레를 뒤집어 호두나무 둥치에 세우고 오르면 첫 가지가 손에 잡혔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호두나무에 세워진 손수레를 보았고 말없이 손수레를 치웠다. 자취하는 고등학교 형이 돌아와 다시 손수레를 놓아 줄 때까지 호두나무 가지 사이에서 지는 해를 보았다.

곽재구 시인
2019-04-26 30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