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개종 2/황인찬

입력 : ㅣ 수정 : 2019-05-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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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상 / 서정태 160×160㎝, 장지에 채색 서라벌예술대학 미술과 졸업. 제2ㆍ3회 중앙미술대전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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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초상 / 서정태
160×160㎝, 장지에 채색
서라벌예술대학 미술과 졸업. 제2ㆍ3회 중앙미술대전 특선

개종 2/황인찬

물탱크가 있다

환기구가 있다

창문이 있다

5층의 건물이 있다

간판이 있다

전신주가 그 앞에 있다

내가 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내가 있다

무작정 올라갔더니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지나가면

옥상이 있다

거기에는 물탱크가 있다

푸른 물탱크가 있다

*** 시 수업 시간에 발표할 학생 둘이 오지 않았다. 어디서 꽃 보고 술 먹을 거라 생각했다. 저물 무렵 둘이 찾아왔다. 어젯밤 시 쓰러 강의 동 옥상(8층)에 올라갔다 별이 좋아 담요 둘러쓰고 잠들었다 한다. 시 3편 쓴 것보다 잘했다고 했다. 시는 다음에 쓸 수 있지만 담요 쓰고 별을 본 추억은 오래 남을 테니. 그 옥상 문 잠겼다.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간 한 영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탱크가 있는 옥상에 올라간 영혼이 있다. 그도 종이비행기가 되고 싶었다. 푸른색의 물탱크를 만나고 당황한다. 물탱크 안에 출렁일 푸른색의 물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는 종이비행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접는다. 이 개종 참 따스하다.

곽재구 시인
2019-05-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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