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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때리면 유가 더 오를라… 재선 앞둔 ‘트럼프의 딜레마’

이란 때리면 유가 더 오를라… 재선 앞둔 ‘트럼프의 딜레마’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19-09-17 17:58
업데이트 2019-09-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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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도 전쟁 원치 않는다” 말 바꾸더니
1시간 만에 “석유시설 공격 비례해 대응”
‘재선 카드’ 이란과 회담 불투명에 오락가락
가장 원치 않았던 유가까지 연일 폭등에
‘이란이 공격’ 힘 받아도 군사개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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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이란·러시아·터키
손 맞잡은 이란·러시아·터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가운데) 터키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시리아 장기 내전과 관련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앙카라 EPA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타격한 무인기(드론) 공격이 이란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어가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란과 협상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깊은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유가 폭등은 트럼프 대통령을 더 깊은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테러의 배후에 이란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시점에선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가, 잠시 뒤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를 질책하며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전날엔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응징하기 위해 ‘장전 완료’됐다고 경고하더니, 이날은 “우리는 누구와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이란 석유시설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은 비례적 대응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두고 WP는 “머리를 갸웃거리게 하는 모순은 트럼프식 외교 정책 결정의 부정확성과 혼란스러움을 두드러지게 한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애초부터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고 분석한다. 재선을 앞둔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했던 것처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새로운 핵합의를 이끌어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핵합의에서 탈퇴하며 이란에 제재를 가하자, 이란은 중동에 있는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의 오랜 숙적인 동맹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뒤에 있다는 걸 증명해주길 바라지만, 중동 개입은 “외국의 문제에 얽히지 않겠다”고 한 2016년 공약에 위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갈팡질팡하는 발언은 유가 폭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앞서 국제 유가가 개장과 함께 20%가량 폭등한데 이어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뛴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장중 15.5%까지 오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의 ‘퍼센트 기준, 하루 최대폭’의 급등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보복공격에 나설 경우 유가가 더욱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역설적으로 미국이 함부로 무력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에 경기 침체, 이른바 ‘R의 공포’가 엄습한데 이어 이번 석유시설 피폭으로 유가가 폭등하는 것은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가 가장 희망하지 않는 일 중 하나가 일어난 셈이었다. 당장 다음주에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는 유엔 총회에서의 미·이란 정상회담 역시 현 상태에서 이뤄지긴 어렵게 됐다. CNN은 “이 이슬람 공화국은 김정은과 달리 선거용 동영상에 어울리는 촬영엔 관심이 없다”면서 “이란은 이미 대화를 위한 조건은 제재 해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9-09-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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