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종 코로나’ 환자 폭발적 증가 왜
하루 1700여명 확진·발열환자 5배 급증병원들 사스 겪고도 전염병 대비 안 해
美, 中여행 자제령… 독일서도 첫 확진자
WHO, 세계 차원 위험수위 ‘높음’ 수정
시진핑 상반기 한일 방문 연기 가능성도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을 찾아 현지 의료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신문들은 리 총리의 우한 방문 기사와 사진을 28일 1면에 보도했다. 리 총리의 우한 방문은 일부 주민들이 ‘뒷북 대응’을 질타하는 상황에서 국가 최고 지도부가 위기 상황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는 점을 알려 민심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한 로이터 연합뉴스
우한 로이터 연합뉴스
2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사이에 확진 환자가 1771명, 사망자는 26명 늘었다. 하루 만에 감염자가 2000명 가까이 증가하고 신규 사망자가 30명에 육박한 것은 기존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운 충격적인 수치다. 이날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평소보다 두 시간가량 늦게 확산 현황을 발표해 의혹을 더했다. 환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오자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 공개를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우한에서는 발열 환자가 1만 5000여명에 달했다.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한에서 발열 환자 진료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예년 이 시기에 우한시 전체 발열 환자가 3000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병원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신종 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중국 공중보건 시스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평소에도 의사 진찰을 예약하려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룬다. 가까스로 접수가 돼도 의사와 만나는 시간은 단 2분에 불과하다. 독감이 유행하면 주민들은 아예 병원 복도에 담요를 갖고 와 밤새 진을 치기도 한다.
미 국무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중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후베이성에 대해 4단계 여행경보 가운데 최고 수준인 4단계를 발령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중국 전역에 대해서도 두 번째로 높은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확진 환자가 5명 나왔다.
독일에서도 확진 환자가 처음 나왔다. 독일 바이에른주 보건 당국은 슈타른베르크에 사는 남성의 감염이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유럽 국가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것은 프랑스에 이어 독일이 두 번째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호주, 대만, 태국, 네팔,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에서 확진 환자가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 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 수위를 중국 내에선 ‘매우 높음’, 세계 차원에서는 ‘높음’으로 각각 표기한 상황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AFP통신이 27일 전했다. WHO는 “23~25일 현황을 정리한 보고서 각주에서 세계 차원의 위험 수위를 ‘보통’으로 잘못 표기한 점을 찾아내 이를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WHO 대변인도 단순한 자구 수정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28일 중국 공산당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003년 사스 유행 때처럼 소강상태까지 반년 이상 걸릴 수도 있어 시 주석의 방일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상반기 한국 방문도 예정돼 있다. 우리 정부는 4·15 총선 효과 등을 감안해 3월 방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6월 말까지 늦출 여지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시 주석 방한 시기 결정과) 직접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1-29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