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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이젠 “박물관 아니라 모스크”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이젠 “박물관 아니라 모스크”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10 23:06
업데이트 2020-07-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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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의 관광 명소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터키 최고법원이 승인한 10일 한 남성이 이곳을 찾아 터키 국기를 흔들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스탄불 로이터 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의 관광 명소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터키 최고법원이 승인한 10일 한 남성이 이곳을 찾아 터키 국기를 흔들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스탄불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가 박물관 지위를 잃고 다시 오스만 투르크 시절의 모스크로 전환됐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최고행정법원이 박물관 지위를 없애는 방안을 승인하자 곧바로 모스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터키의 주권에 따른 것이라며 모스크로 전환한 뒤 첫 예배가 오는 24일 열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모든 모스크처럼 아야 소피아의 문은 현지인과 외국인, 무슬림과 비무슬림 모든 이에게 활짝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모스크 전환 후 처음으로 아잔(신도들을 불러 모으는 코란 낭송)이 울려 퍼졌으며 이는 모든 방송에 중계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이 도시의 유럽 쪽에 자리해 연간 370만명을 불러 모으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데 유네스코는 일찍이 터키 정부가 논의 없이 지위를 바꿔선 안된다고 경고해 왔다. 이날도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지체 없이 대화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되돌리는 문제는 터키 정부가 1934년 이곳을 박물관으로 전환하면서 채택한 세속주의를 폐기한다는 의미에서 간단치 않은 일이다. 이 나라 무슬림 안에서도 상당한 후폭풍이 점쳐진다. 세계 각국의 종교와 정치 지도자들도 상당한 반발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동방정교회 지도자들은 물론, 이 종교를 신봉하는 신도가 수백만명에 이르는 그리스 정부도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서기 532년 비잔틴(동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아누스 1세의 명령으로 짓기 시작해 537년 완공돼 1000년 가까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명성을 얻었다. 13세기 4차 십자군 원정대에 점령 당해 동방정교회의 보금자리 지위를 잃었다. 그리고 1453년 오스만 제국이 장악하면서 술탄 메흐메드 2세의 명령에 따라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이용되다 1930년대 박물관으로 지정돼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됐다.
모스크로 전환하는 길을 열어준 터키최고행정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현지시간) 저녁 아야 소피아 앞마당에 무슬림 신도들이 모여 들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스탄불 로이터 연합뉴스
모스크로 전환하는 길을 열어준 터키최고행정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현지시간) 저녁 아야 소피아 앞마당에 무슬림 신도들이 모여 들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스탄불 로이터 연합뉴스
 
동방정교회 신도들이 10일(현지시간) 그리스 국기와 ‘아야 소피아는 기독교 교회다’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테살로니키의 아야 소피아 교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살로니키 AFP 연합뉴스
동방정교회 신도들이 10일(현지시간) 그리스 국기와 ‘아야 소피아는 기독교 교회다’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테살로니키의 아야 소피아 교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살로니키 AFP 연합뉴스
1616년 아야 소피아의 건축 기술을 그대로 본떠 블루 모스크가 들어설 때까지 이곳은 과거 콘스탄티노플로 불렸던 이스탄불의 유일한 모스크였다. 오스만 제국이 무솔리니 이탈리아 정권의 편에 들었다가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 멸망하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끄는 민족주의 정권이 이곳을 재건했다. 이곳을 재개관하기 일년 전 이곳에서는 종교 의식을 행하지 못하게 막는 법을 통과시켰다.

 리나 멘도니 문화부 장관은 정부 내 위원회 승인도 받지 않고 “광적인 국수주의와 종교 분위기”에 휩쓸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대해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라를 600년 뒤로 돌려놓았다면서 이 나라의 독립적인 사법부가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명 작가 오르한 파묵도 세속주의 무슬림 국가에 살고 있다는 일부 터키인들의 자존심을 빼앗아 버렸다며 “이번 일에 울부짖으며 반대하는 나 같은 수많은 세속주의자 투르크인이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방송에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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