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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불러놓고 불공정 분노 공감?”… 청년 못 보듬은 ‘청년의 날’

“BTS 불러놓고 불공정 분노 공감?”… 청년 못 보듬은 ‘청년의 날’

김주연 기자
김주연, 임일영,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9-20 18:06
업데이트 2020-09-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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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청년의 날 기념식에 쏟아진 ‘쓴소리’

文대통령, 기념사서 ‘공정’만 37번 언급
“인국공 사태, 공정에 대해 성찰할 계기”

취준생 “공기업 비정규직 전환에 괴로워”
직장인 “秋아들 의혹 회피… 잘못 지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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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9년 공개될 BTS의 ‘청년의 날 선물’
2039년 공개될 BTS의 ‘청년의 날 선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방탄소년단(BTS)으로부터 음악적 성과물과 메시지 등을 담은 ‘2039년 선물’을 받고 있다. 이 선물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기탁돼 19년 후인 제20회 청년의 날에 공개된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청년의 날요? 기업 채용문이 닫혀서 죽을 맛인 사람한테 한가한 소리 아닌가요.”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 대해 쓴소리를 늘어놨다. 그는 “20대 연예인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방탄소년단(BTS)을 불러놓고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들을 어루만지겠다고 하는 게 와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의 날’ 기념사는 오롯이 ‘공정’에 초점을 맞췄다. ‘공정’만 37번 언급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불거진 ‘인국공’ 사태 등 공정 이슈와 맞물린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등 돌린 청년 민심을 보듬고 설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문 대통령은 당일 기념사에서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은 불공정의 사례들을 본다”면서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인국공 사태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한편에선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면서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며 인국공 정규직과 공시생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고 반드시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통령이 공정을 수십 번 언급한다 한들 고위 공직자의 태도와 정책이 그대로라면 정부가 청년 세대의 분노와 공정 감수성에 진정으로 공감한다고 볼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나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엄모(27)씨는 “문 대통령을 뽑으면 공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번번이 실망했다”면서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차라리 공기업 비정규직에 지원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들어 괴롭다”고 토로했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신모(33)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이 거의 마무리됐는데 이제 와서 ‘청년에 공감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민심 달래기’용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청탁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도 2030세대의 비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병역 비리 근절을 간접적으로 약속했지만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직접 입에 올리진 않았다.

정규직 직장인 이모(32)씨는 “여당이 추 장관을 엄호하고 있는데 대통령마저 논란을 회피했다”면서 “청년의 날에만 공정을 말할 게 아니라 여권의 잘못을 지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기업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박모(28)씨는 “추상적인 약속을 나열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면서 “주택난이나 병역 문제도 정말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현실적인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기념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청년 세대도 있었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양모(28)씨는 “‘청년의 분노를 듣겠다’는 화두를 내세운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9-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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