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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꿈 꾸는 세종시에 멧돼지와 고라니가 날뛰는 까닭은?

‘행정수도’ 꿈 꾸는 세종시에 멧돼지와 고라니가 날뛰는 까닭은?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0-10-23 11:36
업데이트 2020-10-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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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행정수도’를 꿈 꾸며 첨단 도시로 건설 중인 세종시에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 동물들이 날뛰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종시는 올들어 야생 동물 출현 신고가 425건에 이른다고 23일 밝혔다. 멧돼지가 369건으로 87%를 차지하고 고라니 49건에 나머지는 청설모 등이다. 멧돼지만 올해 242 마리를 포획했다. 멧돼지 포획은 2017년 167 마리, 2018년 185 마리, 지난해 382 마리로 해마다 늘었다. 고라니 등 야생 동물은 고구마, 옥수수 등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지만 심각한 건 불안감 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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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세종시에 고라니와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날뛰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규모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든 이유 등이 꼽힌다. 세종시 제공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세종시에 고라니와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날뛰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규모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든 이유 등이 꼽힌다. 세종시 제공
윤봉희 환경정책과장은 “멧돼지는 교미기간인 11~12월에 성질이 난폭해진다”고 했다. 실제로 중앙부처가 있는 신도시만 해도 지난 12일 새롬동 주택가에 멧돼지가 나타나 상가 점포 유리창을 부쉈다. 18일, 19일에도 아름동과 보람동에 각각 출현해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낮에 신도시 도로 위를 거니는 고라니도 자주 눈에 띄어 운전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세종시 소방대원들이 지난 7월 신도시 내 호수공원 인근에서 도심으로 진출한 고라니를 포획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세종시 소방대원들이 지난 7월 신도시 내 호수공원 인근에서 도심으로 진출한 고라니를 포획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최첨단 고층 빌딩이 쑥쑥 올라가고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는 세종시에 야생 동물이 날뛰는 것은 원수산, 전월산 등이 도심 속에 자리하고 녹지공간이 54%에 이르지만 옛 충남 연기군 시절보다 서식지가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희영 주무관은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신도시 건설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서 야생 동물 서식지가 줄어들어서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과 들로 뒤덮인 신도시 외곽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멧돼지 등 야생 동물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유 주무관은 “좁아진 행동반경 내 영역싸움에서 밀려난 야생동물이 신도시로 내려온다는 얘기도 있고, 채 10㎞도 안 떨어진 계룡산 멧돼지 등이 세종시까지 옮겨온다는 말도 있다”며 “자주 접해선지 사람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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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고 여전히 건설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소담동 모습. 세종시 제공
세종시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고 여전히 건설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소담동 모습. 세종시 제공
신도시는 면적이 73㎢로 시 전체 465㎢의 15.7%에 불과하지만 인구(9월 말 기준)는 25만 8260명으로 전체 34만 8014명 중 74.2%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 집중돼 있다.

시는 배, 배추 등 농작물 피해는 물론 시민 생활까지 위협 받을 지경에 이르자 이날부터 25일까지 대대적인 야생동물 포획에 나섰다. 5개반 32명으로 짜인 유해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이 신도시 원수산과 전월산을 집중 수색한다. 윤 과장은 “시민이 많은 신도시에서 엽사들이 총을 쏘기는 어렵다”며 “산 속을 뒤지는 만큼 시민들이 입산을 엄격히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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