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체제보장 동시 진행…리비아식 先핵폐기 사실상 반대
北 ‘단계별 보상’ 살라미 우려“보상 없다”는 美와 충돌 가능성
정상국가 수반처럼… 시진핑 부부와 나란히 걷는 김정은·리설주
김정은(왼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왼쪽)가 지난 26일 시진핑(세 번째)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네 번째)과 나란히 환영 행사가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 노동신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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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국 CC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핵심은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다. 북한의 비핵화(동결, 폐기 등)와 체제 안전 보장(북·미 수교, 평화협정,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교환키로 한 번에 단계별 청사진을 타결한 뒤 각 단계마다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한국 대북 특사단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교환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혔다.
이는 단계별로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진행했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당시에는 북한이 핵동결을 하면 남북 경협을 확대하고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면 미국이 금융 제재를 해제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실행하면 주변국이 그 단계에 해당하는 보상을 줬다.
또 이 방안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과 비슷한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 해결하듯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일괄타결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리비아식 일괄타결 해법’과는 큰 격차가 있다.
당시에는 리비아가 먼저 핵프로그램 전체를 중단했다. 미국은 리비아의 핵 시설 등을 미국으로 가져간 뒤, 경제적 보상과 미·리비아 관계개선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일괄타결 형식이지만 ‘선 핵폐기, 후 보상’이 골자다. 또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미국과 비핵화 합의를 했음에도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도 비핵화 단계를 여러 단계로 쪼개서 합의하고 이행하면서 마지막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살라미 전술’을 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중재와 중국의 조율이 더 중요한 이유다.
특히 중국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에서 ‘차이나 패싱(소외현상)’을 불식시켰고, 향후 미국을 견제하면서 6자회담 의장국 등으로의 역할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북·중은 ‘새로운 높은 단계’라는 표현으로 우의를 과시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국 간 전략적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며 “향후 북·중 간 밀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수혈은 해도 전적으로 책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북핵 문제의 열쇠는 여전히 미국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03-29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