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부실하다며 3차례 서류 반송시켜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의 시간 끌기로 3년 동안 지연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2차 소송의 첫 재판이 13일 열렸다.

광주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이날 오전 근로정신대 할머니 3명과 징용 피해자 유족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김재림(87·여), 양영수(86·여), 심선애(87·여)씨 등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1944년 일본으로 강제징용됐다가 숨진 오길애(당시 14세)씨의 동생 오철석(81)씨 등 4명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2014년 2월 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미쓰비시 중공업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로 3년 동안 열리지 못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쓰비시 중공업은 원고들의 소장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3차례 반송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 ‘주차시설이 협소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을 일본어로 번역하지 않았고 ▲ 일부 서류 누락 ▲ 원본과 번역문의 원고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터무니없는 핑계를 내세워 고의로 소송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반발했다.

최근 미쓰비시 중공업의 요구대로 소장이 수정됐고 3년 만에 재판이 이뤄질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재판을 기다린 할머니들은 아쉽게도 재판에 나올 수 없었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모두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이날 재판에는 오철석씨만 참석했다.

오씨의 둘째 누나인 오길애씨는 1944년 목포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강제 동원됐다. 같은 해 나고야에서 발생한 도난카이 지진에 희생됐다.

다음 재판은 4월 7일 열리며 할머니들이 증인으로 나와 피해 사실을 증언할 예정이다.

시민모임은 징용피해자 및 유가족 11명과 함께 2012년 10월부터 3차에 걸쳐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차 소송은 피해자들이 1·2심에서 모두 이겨 일부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미쓰비시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11월 첫 공판이 열렸던 3차 소송은 이번 달 24일 2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