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청바지 예쁘다며 엉덩이 만져”…경찰 내사 착수

세계 장르 영화의 축제로 불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를 운영하는 조직위원회 내부에서 과거에 전 간부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 전 간부 A(63)씨가 전 프로그래머 B(39·여)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B씨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 있는 데서 청바지를 예쁘게 입었다며 아무렇지 않게 엉덩이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2013년 10월 사무실에서 A씨가 성추행했다”며 “3개월간 고민하다가 이듬해 2월 부천시 담당 과에 문제를 제기했고 A씨로부터 사과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사과는 받았지만 최근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보며 용기를 내 밝히게 됐다”고 했다.

B씨는 2003년 단기 스태프로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상근직으로 계속 근무하다가 2016년 9월 퇴사 직전까지는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A씨는 B씨 주장에 대해 “당시 혁대 부분을 손으로 ‘툭’ 친 정도였다”며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기분이 나빴다고 하니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파악되면 수사로 전환해 관련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A씨의 행위는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에 벌어진 일이어서 경찰이 성범죄로 판단하면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친고죄 폐지 전 사건은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6개월 안에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었다.

과거 전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하며 쉬쉬하고 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올해 부천국제영화제 참여를 보이콧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오래전 일어서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며 “조직위 사무국이 난처한 입장”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