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에 인슐린까지… 근육 위한 그릇된 집착

성장호르몬에 인슐린까지… 근육 위한 그릇된 집착

입력 2018-03-18 10:59
수정 2018-03-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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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통해 유통되는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 인슐린 등 모두 불법
‘구매자에게도 과태료 100만원’ 약사법 개정안 심사 중

피트니스 5년차에 접어드는 김태욱(26·가명)씨는 최근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운동하는 것만큼 근육이 잘 성장하지 않아 고민에 빠진 김씨는 보디빌딩 선수 출신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그러자 트레이너가 몇몇 약품을 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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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나바’랑 ‘윈스트롤’(스테로이드제의 일종)을 같이 쓰는 게 좋고, 이후 수행능력을 봐서 조합을 바꾸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대회 출전하는 선수들은 성장호르몬에다 인슐린까지 스무 가지 가까이 되는 약품을 쓰거든요. 일단 이 정도부터 시작하시고 가격은 45만원으로 맞춰드릴게요. 대회 출전 준비도 같이 하면 좋아요.”

이처럼 기존에 잘 알려진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계열 약품뿐만 아니라 비교적 낯선 성장호르몬, 심지어 당뇨 치료제로 알려진 인슐린까지 일반인들에게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근육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몇몇 전문의약품이 의사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계열 약품은 이미 보디빌더와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모르면 간첩’이다. 스테로이드를 판매하는 사이트는 몇 분 만에 쉽게 찾을 수 있다. 14일 기자가 ‘아나볼릭(단백동화) 스테로이드’를 검색하자 포털사이트 카페는 물론이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서도 약품 판매자에게 5분 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수백 명과 카카오톡 친구를 맺고 있는 모 판매자는 ‘아나바’, ‘디아나볼’, ‘티볼’ 등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포함한 수십 가지 약품을 판매한다고 소개했다. 개중에는 배란유발제로 알려진 ‘클로미펜’, 유방암 치료제인 ‘놀바덱스’도 포함돼 있었다.

스테로이드만큼은 아니지만 성장호르몬과 인슐린도 조금씩 관심을 끌고 있다. 유명 온라인 갤러리나 구글에 ‘헬스 성장호르몬’, ‘헬스 인슐린’을 검색하면 두 약품의 효과를 궁금해 하거나 가격과 판매처를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인슐린 vs 성장호르몬, 둘 중 뭐가 근육 키우는 데 더 좋냐”, “성장호르몬 16iu(5.3mg) 36만원, 인슐린도 1vial(유리병)에 기본 13만원” 등 약품에 대한 질문과 구체적인 정보가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몸짱’ 약들은 모두 불법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호르몬, 인슐린 약품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이를 일반인이 판매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약사가 판매하더라도 의사 처방 없이 팔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또한 전문가의 처방과 지도 없이 브로커의 설명만 듣고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신주영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는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제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남성호르몬을 몸에 바로 투여하는 것”이라면서 “전문가의 지도 없이 복용하다가는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인슐린의 경우 자칫 저혈당 상태로 인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등 셋 다 매우 위험한 약물”이라면서 “자칫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 쉽게 유통되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보디빌딩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주최·주관하는 대회는 모두 도핑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선수들은 매년 도핑방지위원회가 실시하는 도핑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협회 차원에서도 강경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약물 사용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뒤따르고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2일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 전문의약품을 자격 없이 판매한 사람만 처벌하던 조항에 더해 구매자에게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5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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