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자치경찰제 대통령 공약과 다르지않아…시간끌기 아냐”

檢 “자치경찰제 대통령 공약과 다르지않아…시간끌기 아냐”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30 17:26
수정 2018-03-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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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논의했고 도입에 긴 시간 걸리지 않을 것…현행법에 이미 근거”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자치경찰제를 내건 것을 두고 30일 청와대가 수사권 조정을 지연하려는 의도라는 취지로 비판하자 검찰 내에서 이를 재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근하는 문무일
출근하는 문무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자치경찰제는 이미 현행법에 명시된 사안으로 20년 전부터 수사권 조정 사안과 더불어 논의돼 온 만큼 도입 과정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 총장의 ‘자치경찰제 후 수사권 조정’ 언급을 수사권 조정을 지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검찰의 본뜻과 다르며 현행 형사사법 체계에서도 추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총장 언급의 맥락을 살펴보면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시행된 다음에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얘기”라며 “그렇게 되면 수사권 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총장이 얘기한 자치경찰이라는 게 지방분권위원회에서 만들어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와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며 “중앙경찰 기능을 거의 없애고 풀뿌리 지방경찰에 권력을 넘겨주는 형태인 것 같은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 선결 조건으로 자치경찰제 완전실시를 들고나온 게 시간벌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보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언급에 대해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 공약의 자치경찰제와 문 총장이 언급한 자치경찰제는 다르지 않다”고 전제했다.

이 관계자는 문 총장의 언급 속에 중앙경찰 기능을 거의 없애자는 뜻이 담긴 것 같다는 청와대 측의 해석에 대해서도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문 총장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민생범죄의 98.2%는 자치경찰의 몫이 된다”는 취지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자치경찰로 편입될 일선 경찰서에서 현재 민생범죄 수사의 98.2%를 맡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한 것이지 중앙경찰의 기능을 거의 다 넘겨주자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검찰 관계자는 “자치경찰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이며 지방분권과 경찰조직을 다룬 현행법에 이미 규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제시한 법률은 2004년 제정된 지방분권특별법과 2013년 만들어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그리고 1991년부터 시행돼 온 경찰법 조항이다.

지방분권특별법 제10조 3항에는 ‘국가는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 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문구 그대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 3항으로 들어갔다.

경찰법 제2조 2항은 경찰청의 사무를 지역적으로 분담 수행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장·직할시장 및 도지사 소속 하에 지방경찰청을 두고 지방경찰청장 소속 하에 경찰서를 둔다고 규정한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두고 범죄수사를 포함한 지역 밀착형 경찰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이 선출한 지자체장의 민주적 경찰 통제가 가능한 제도라고 검찰은 평가했다.

이런 취지를 담은 자치경찰제는 현행법에 명시돼 있으며 실질적 제도로 정착되지 않았을 뿐 정책 결정을 통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의견이다.

따라서 수사권 조정에 앞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문 총장의 발언을 시간끌기로 해석하는 것은 오해이며, 자치경찰제의 성격에 대해서도 견해가 다르지 않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간 끌기 의도가 없다”며 “자치경찰제가 먼저 도입돼야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며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인데 다루지 않고 있으므로 (문 총장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998년부터 수사권 조정 문제와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은 함께 논의됐다”며 “느닷없이 꺼내 든 얘기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또 “검찰이 국가 경찰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찰을 지방에 둬야 한다면 지역 경찰과 별도로 국가 경찰 지부 형식으로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치경찰제는 현재 경찰 인력의 소속과 지휘 계통을 개편하는 게 주된 것이고 임금 또한 지자체가 아니면 국가 예산으로 줄 수 있지 않으냐”며 “도입 과정에 큰 어려움이나 혼란이 예상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찰 내에서는 반발 기류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직접 수사하는 사건을 대폭 줄이고 경찰에 수사를 많이 넘기되 경찰 수사에서 생길지 모를 문제를 법적으로 통제할 장치를 둬야 한다는 게 검찰의 의견인데, 정부의 논의 방향은 경찰의 재량을 넓히는 데 치중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경찰 수사에서 통제의 사각지대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검찰의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전달해 줘야 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목소리를 잘 못 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검찰 일각에서는 존재한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오죽했으면 문 총장이 ‘법을 전공한 분이 그런 논의를 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두고도 ‘검찰이 경찰에 권한을 내주지 않으려고 시간을 끈다’는 식으로 오해한다면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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