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줄 이승훈, 이젠 살아있는 ‘빙속의 전설’

서른 줄 이승훈, 이젠 살아있는 ‘빙속의 전설’

최병규 기자
입력 2018-02-24 22:23
수정 2018-02-2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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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이 24일 강릉오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트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이 종목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두 주먹을 불끈쥐며 포효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승훈이 24일 강릉오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트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이 종목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두 주먹을 불끈쥐며 포효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이 살아있는 ‘빙속 전설’로 우뚝 섰다.

쉼 없는 도전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온 이승훈은 자신의 올림픽 메달을 모두 아시아 선수 최다인 5개로 늘리며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의 빙속 장거리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이승훈이 장거리 강자로 군림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7살 때 누나의 영향으로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이승훈은 신목중학교 재학 시절에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2009년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3관왕에 오른 쇼트트랙 기대주였다.

그러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둔 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시자 다시 한번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돌아섰다.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긴 했지만 쇼트트랙 선수로서 선수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이승훈은 빙속 새내기나 다름 없었지만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적응을 완료했다.

몇 달 만에 월드컵 대표 선발전에서 5,000m 우승을 거머쥐었고, 월드컵에서는 한국 신기록을 줄줄이 깼다.

그토록 바라던 밴쿠버올림픽 무대에 쇼트트랙 선수가 아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출전한 그는 5,000m에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거머쥔 데 이어 10,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사고’를 쳤다.

마지막 주자 크라머르가 코스를 잘못 타 실격당하는 운도 따랐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주형준, 김철민과 호흡을 맞춰 팀 추월 은메달도 추가했다.
이승훈이 24일 강릉오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한 뒤 함께 뛴 후배 정제원과 태극기를 맞잡고 링크를 돌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승훈이 24일 강릉오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한 뒤 함께 뛴 후배 정제원과 태극기를 맞잡고 링크를 돌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장악한 장거리 빙속에서 이승훈은 독보적인 존재다. 그의 전으로도 이후로도 장거리 남자 빙속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있다.

개척자이기에 그가 걷는 길은 곧 한국을 넘어 아시아 장거리 빙속의 역사다.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 접어든 이승훈은 신규 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다시 한 번 물을 만났다. 쇼트트랙처럼 여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뛰면서 자리다툼을 하는 매스스타트는 이승훈의 쇼트트랙 경험과 노련함을 모두 뽐낼 수 있는 종목이었다.

이승훈은 월드컵 매스스타트에서 무려 여덟 차례 우승했다.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승훈은 결국 노련한 레이스로 초대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까지 오르며 빙속 역사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확실하게 새겼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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