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뜨개질한 제품 팔아 기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용기”
“만들 때는 우울한 기분이었는데 뜨개질을 완성해 판매하니 뿌듯해요.”
정신질환자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며 서로 공감대를 나누는 자조 모임 ‘붕어빵’의 구성원 엔젤(이하 활동명·51·여)씨는 “열심히 만든 물건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사주니까 즐겁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성산종합복지관 주변에서 열린 ‘제7회 성산두물마을 축제’에 참가한 ‘붕어빵’ 회원들은 직접 만든 뜨개질 물품을 판매하려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개당 500~2000원으로 책정한 물건이 팔릴 때마다 환하게 웃던 이들은 수익금 전액을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했다.
이날 축제는 ‘붕어빵’ 회원들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질병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엔젤씨는 “축제에서 실수하거나 중간에 아프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붕어빵’ 회원 하늘(30·여)씨는 “공황장애가 있어서 쓰러질까 봐 걱정이 됐다”면서도 “동료랑 같이 판매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남훈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축제에 참가하기까지 일주일을 고민했다”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축제에 참가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붕어빵은 지난해 4월 마포구의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정신질환자 5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뜨개질을 하고 서로 아픔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들은 직접 만든 뜨개질 물품을 가족에게 선물하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면서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에는 마포구 전역의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회원이 10명까지 늘어났다. 다만 현재 취업, 증상재발 등의 이유로 5명이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붕어빵 구성원들은 다른 곳에서 말하기 어려웠던 우울증, 자살 시도, 가족과의 갈등 등을 공유하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 하늘씨는 “붕어빵은 다시 나를 세상으로 나가게 해준 은인 같은 존재”라고 했다. 엔젤씨도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지낸다”면서 “자조 모임을 하면 뭔가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분들에게도 꼭 권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이들이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실무자가 모임에 함께 해야 한다”면서 “한 명이 85명 내외의 사례자를 맡는 상황에서 주 1회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한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범죄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이들은 더 위축된다. 하늘씨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하나 때문에 다른 정신장애인들 다 욕먹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스마일씨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비록 장애를 갖고 있어서 표현을 제대로 못 하지만 모두 알아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는데 이제는 우리가 먼저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질환자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용기”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성산종합복지관 주변에서 열린 ‘제7회 성산두물마을 축제’에 참가한 ‘붕어빵’ 회원들의 모습.
붕어빵 제공
붕어빵 제공
정신질환자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며 서로 공감대를 나누는 자조 모임 ‘붕어빵’의 구성원 엔젤(이하 활동명·51·여)씨는 “열심히 만든 물건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사주니까 즐겁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성산종합복지관 주변에서 열린 ‘제7회 성산두물마을 축제’에 참가한 ‘붕어빵’ 회원들은 직접 만든 뜨개질 물품을 판매하려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개당 500~2000원으로 책정한 물건이 팔릴 때마다 환하게 웃던 이들은 수익금 전액을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했다.
이날 축제는 ‘붕어빵’ 회원들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질병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엔젤씨는 “축제에서 실수하거나 중간에 아프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붕어빵’ 회원 하늘(30·여)씨는 “공황장애가 있어서 쓰러질까 봐 걱정이 됐다”면서도 “동료랑 같이 판매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남훈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축제에 참가하기까지 일주일을 고민했다”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축제에 참가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붕어빵 구성원들은 다른 곳에서 말하기 어려웠던 우울증, 자살 시도, 가족과의 갈등 등을 공유하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 하늘씨는 “붕어빵은 다시 나를 세상으로 나가게 해준 은인 같은 존재”라고 했다. 엔젤씨도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지낸다”면서 “자조 모임을 하면 뭔가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분들에게도 꼭 권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이들이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실무자가 모임에 함께 해야 한다”면서 “한 명이 85명 내외의 사례자를 맡는 상황에서 주 1회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한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범죄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이들은 더 위축된다. 하늘씨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하나 때문에 다른 정신장애인들 다 욕먹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스마일씨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비록 장애를 갖고 있어서 표현을 제대로 못 하지만 모두 알아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는데 이제는 우리가 먼저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질환자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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