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문답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문답

입력 2010-02-07 00:00
수정 2010-02-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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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제정책 운용방향과 관련, “정작 어려운 것은 올해부터”라면서 경제위기 이후 재도약을 위한 경제수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부동산시장 움직임에 대해 “강남 3구 주택구입자의 자금출처도 다 보고 있다”며 필요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 연장을 결부시킨 한전식 고용모델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면 안된다”고 우려를 표시했고, 공기업의 ‘무늬만 연봉제’ 행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며 구체적 도입계획을 소개했다.

다음은 윤 장관과의 일문일답.

●”다양한 정책 선택과 조합, 어려운 한해”

-지난 1년간 경제위기 국면에서 어려운 역할을 맡았는데 소회는.

▲정말 어려움이 많았는데 전국민이 합심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플러스 성장을 한 국가는 한국, 호주, 폴란드 세 나라밖에 안 된다. 수출지향적 구조에서 플러스 성장을 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작년에는 좌고우면할 필요없이 경기회복이라는 방향성이 뚜렷했다. 금년부터는 소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민간에서 성장동력이 되살아나는 조짐이 있지만 본격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또하나 국제금융시장을 비롯해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다. 불안요소가 많다. 특히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문제, 미국과 유럽의 높은 실업률, 유럽 5개국의 재정적자가 변수다. 미국은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고, 중국을 비롯한 일부 나라는 지급준비율 인상이나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선택이 복잡해진다. 어떻게 선택하고 조합할지 정작 어려운 것은 올해부터 아닐까 싶다.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중국은 기회와 위험이라는 양면이 있다.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가 70%를 차지한다. 기술격차를 넓히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부가가치로 가야 한다.

주변국과 협력도 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통합이 필요하다. 한.중.일 3국이 협조해서 보완하면 윈윈(win-win)할 수 있다. 그러나 중.일간 불신의 벽이 워낙 높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중, 한.일 개별 FTA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중 경제장관회의, G20 등 양자.다자간 경제협력 채널을 통해 출구전략 등 거시경제정책 공조노력을 강화하겠다.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할 때 아니다”

-글로벌 금융규제가 국내에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우리 경제 역동성의 기본은 개방과 경쟁인데 리스크도 있지만 큰 기회일 수도 있다. 작년에 보았듯이 국제금융시장이 조금만 호전되면 우리는 매력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 개방과 경쟁의 결과다. 개방기조의 후퇴, 자본.외환 통제는 그간 성과를 되돌리고 대외신인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가진 것이 사람밖에 없다. 한반도 전체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생각해야 승산이 있다.

다만 글로벌 금융불안 등 대외요인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응할 역량을 갖출 필요는 있다. 금융규제 강화 문제는 G20,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적 논의동향에 맞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졌다. 회생시킬 복안은.

▲제일 아파하는 부분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인력이 도시로 나오면서 인구이동에 따른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자영업자처럼 불황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이들에게 직업훈련 바우처를 줘 전직의 기회를 주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우리가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 한다.

-출구전략 시행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호주, 이스라엘, 노르웨이만 금리를 인상했다. 지준율을 인상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 정도다.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하는 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 방침은 분명하다. 아직 금리를 포함해 본격적 출구전략 시행할 때가 아니다. 다만 물가 상승이나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강남 주택 자금출처 다 보고 있다”

-전세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일부 올랐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판단은.

▲전반적으로는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가격상승 요인과 하락요인이 혼재돼 있어 가격이 오르더라도 완만한 상승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강남 3구는 재건축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급 측면에서 임대주택이나 보금자리 주택 공급을 늘리고, 수요 측면에서는 필요하면 주택거래신고지역 추가지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

전세가격이 걱정이다. 이사철과 겹치는 것과 관계 있으나 학군이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밀실수요와도 관련이 있다. 서울시나 지자체와 재건축.재개발은 순차적으로 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예전에 부동산 임차인 보호를 위해 상한제를 했다가 오히려 힘없는 세입자만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았느냐. 눈에 보이는 인기영합적 정책은 안된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변수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역효과만 더 크다.

-부동산 시장이 좀더 불안해진다면 자금출처 조사 등 더 강력하게 대응하느냐.

▲지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정활동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말이냐.

▲그렇다. 강남3구는 투기지역에서 해제가 안된 유일한 지구 아니냐. 강남에 들어온 사람들은 주택자금 조달계획 등 자료를 다 내도록 돼있다. 거기 나가있는 세제 공무원들이 자금출처를 다 보고 있다.

●”선택적 정년 연장..3단계 연봉체계 도입”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정년을 연장하는 한전식 고용모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

▲조언을 구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 월급을 적게 주더라도 시간을 보낼 곳이 있어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좋다. 당연히 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청년 고용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신입직원을 뽑을 수 없고 회사도 세대교체가 안된다.

신규 채용문을 막으면 안된다는 것과, 아직도 신체 건강한 사람으로서 경륜과 특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 간에 조화가 필요하다. 임금피크제를 통한 고용 연장을 무조건 적용하면 안된다.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해 선택적으로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직무급제 확산, 근무형태 다양화 등 임금과 고용 형태의 유연성 제고와 연계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해 연봉제 표준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했는데.

▲공기업이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제대로 안되고 있다. 일부는 기본급 차등수준이 미미해 성과 인센티브 효과가 낮고 상위직에 국한하는 등 형식으로만 하는 곳이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연봉 구성항목을 기본연봉, 성과연봉, 기타수당으로 단순화하면 어떤가 생각하고 있다.

기본연봉은 호봉.연봉 테이블을 폐지하되 필요시 직급별 임금범위로 관리하고 직무가치나 직무수행 능력이 반영되도록 직무급 도입을 권장하겠다.

기관별 특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성과연봉을 확대해야 제대로된 연봉제가 된다. 성과급 비중을 현행 11%에서 20~30% 수준으로 확대하고 최고등급과 최저등급 간 차등폭이 2배 이상이 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간 연봉 차등폭이 20~30% 되도록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을 설계하겠다. 여기에다 각 기관의 특수한 형편에 따라 기타수당이 필요하면 운용토록 하는 3단계 접근법이 필요하다.

●”에너지 요금체계 개선”

-에너지 등 공공요금 인상압력이 커지고 있다.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함으로써 인상수준이 최소화 또는 동결되도록 유도하겠다. 또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개선하겠다.

-도요타가 리콜사태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교훈은.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정말 끔찍하지 않느냐. 도요타가 어떤 기업이냐. 모든 기업이 본받을 벤치마킹 대상이고 세계가 질시할 정도로 잘 나가는 기업 아니었느냐.

기업이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메기가 있어야 미꾸라지가 잘 크듯이 회사 내에서 메기를 키워야 한다. 또하나는 소비자들도 기업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한다. 반기업정서가 있는데 기업이 무너지면 누가 피해를 보느냐. 소비자.국민은 기업에 채찍질을 들면서도 애정을 보내줘야 한다.

특히 글로벌한 이슈에 대해서는 정말로 하나가 돼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우리에게 딱 들어맞다. 우리는 사람 말고 아무것도 없는 나라 아니냐. 뭉쳐야 살 수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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