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성큼’…가계.中企 버틸만한가

금리인상 ‘성큼’…가계.中企 버틸만한가

입력 2010-05-17 00:00
수정 2010-05-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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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가 머지 않아 오를 것이라는 신호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우리 경제는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까.

 금리 인상은 ‘돈값’이 오른다는 뜻이다.돈을 빌리는 데 과거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자금 공급자인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와 자금의 주 수요자인 가계와 중소기업이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

 자본시장과 외환시장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수출과 수입은 물론 건설과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줘 경기가 조정을 받는다.

 이처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 그동안 제기됐던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의 근거였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이미 정상 궤도에 오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며,비정상적인 금리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금리 0.5%P 인상때 가계.中企 추가 이자부담 5조원

 장기간 계속된 저금리 기조에서 경제 주체들은 손쉽게 빚을 늘렸다.

 이 가운데 금리가 오를 때 이자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큰 관심을 두는 쪽은 아무래도 차입 의존도가 높은 가계와 중소기업이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가계와 중소기업이 은행권과 비은행권에서 빌린 돈은 총 1천154조3천억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이중 가계가 553조2천억원,중소기업이 601조1천억원이다.

 기준금리가 오를 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변동 금리형 대출이다.우리나라는 변동 금리 대출 비중이 꽤 큰 축에 속해 가계대출의 약 90%,기업대출의 약 70%가 변동 금리형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한은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적어도 한 차례 0.25%포인트 올린다면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은 이러한 비율을 적용할 때 가계가 1조2천500억원,중소기업이 1조500억원이다.

 만약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가계와 중소기업의 추가 이자 부담은 4조6천억원이 된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가정이 전제된다.대출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지지 않는다는 것과 금융회사가 기준금리 상승폭만큼 대출 금리를 올린다는 것이다.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사금융의 대출도 빠져 있다.

 하지만,지금까지 추세를 고려하면 부채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금융회사들은 기준금리 상승폭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금리가 올라 실제로 추가될 이자 부담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금융시장.경기회복 전방위 파급 우려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지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는 금리가 오르는 만큼 연체와 부실을 신경 쓰게 된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놓은 사람들은 금리가 상승하면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 대출 건전성 부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또 여러 가지 금융상품의 수익률에 영향을 줘 주식과 채권을 사고파는 자본시장이 요동친다.앞으로 계속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장·단기 금리차를 확대시켜 그동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단기 상품에 머물던 자금의 ‘대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다양한 외화 자금 유출입 요인을 만들어 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안팎의 금리차를 노리고 나라 밖에서 외화 자금이 몰릴 수도 있고,채권 가격 하락이나 기업 수익성 악화 등을 예상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대거 내다 팔 수도 있다.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실물경제로 이어진다.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해 이자 부담을 느낀 가계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의 비용 대비 효과를 더 자세히 따지게 된다.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건설 투자도 위축된다.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이처럼 내수와 대외 부문에서 금리 인상의 파급력이 나타나 금융위기 이후 ‘반짝 고성장’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 상반기의 높은 성장률이 하반기에 뚝 떨어지는 ‘상고하저’형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금리를 올리는 만큼 경기를 지탱하는 힘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조금씩 올리면 버틸수 있다…순기능도 있어”

 그럼에도,최근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것은 일단 금리를 올려도 가계나 중소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이를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도율은 지난해보다 분기 기준으로 0.11%포인트와 0.12%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와 중소기업이 파산할 위험이 작고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0.5%포인트 높아져 금리가 다소 올라도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질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초저금리를 탈출해도 경기가 회복하는 단계라서 대출 부실 가능성은 크지 않고,다만 빚 부담으로 소비와 투자 여력이 다소 줄어드는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경제 성장률을 5.9%로 관측하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금리 인상 자체가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가지 이유는 금리 인상이 반드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너무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는 긍정적인 면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도성 한은 금통위원은 지난 14일 열린 한 포럼에서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전제했지만 “금리를 올리면 가계가 무분별하게 빚을 늘리고 한계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된다”며 물가 상승에 미리 대비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가계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어떤 속도로 올릴 것인지 신호를 보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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