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복리적금 ‘삼국大戰’

月복리적금 ‘삼국大戰’

입력 2010-07-12 00:00
수정 2010-07-1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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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은행권에선 ‘삼국지’가 재연되고 있다. 상반기 최고 히트상품인 ‘월복리 적금’을 놓고 세 은행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 3월 초 제일 먼저 상품을 출시하고 포문을 연 신한은행을 농협·우리은행이 바짝 좇는 모양새가 위·촉·오 3국의 용쟁호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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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3국 중 가장 세력이 컸던 조조의 위나라에 해당된다. 신한은행은 올 3월 내놓은 ‘월복리적금’이 출시 4개월 만에 30만좌를 유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대표상품인 ‘민트적금’이 3개월 만에 20만좌를 유치했는데 실적의 70%가 고객들이 선호하는 만기 1년짜리인 것을 감안하면 만기 3년짜리로서는 ‘대박’인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길수록 고객들이 가입을 꺼리기 때문에 월복리적금은 민트적금의 10분의1 수준으로 유치될 것이라고 봤다.”면서 “영업점에서도 반응이 좋아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농협·우리은행은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에 비유된다. 우리은행은 6일 ‘월복리 연금식적금’을 냈다. 신한은행의 월복리적금이 분기별 납입 한도가 100만원인 데다 만기가 3년이어서 복리 효과가 그다지 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만기를 5년으로 늘렸다.

이에 앞서 농협도 지난달 10일 출시한 ‘채움월복리적금’도 7일 현재 1만 2800좌(128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다른 적금은 가입금액이 하루에 2억원가량 들어오는데 채움월복리적금은 하루에 6억원가량 들어오는 등 호응이 높다.”면서 “신한은행은 한도가 적지만 우리는 자유적립식인 데다 한도가 한 달에 500만원이어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월복리적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 복리형 상품구조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기존 적금상품은 단리형이기 때문에 매월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지만, 월복리형 상품은 원금과 이자가 다음달의 원금이 되기 때문에 단리보다 가파르게 돈이 불어난다. 눈을 뭉칠수록 점점 빨리 커지는 ‘눈덩이 효과’를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어 매월 30만원을 3년간 연이율 4.8%인 복리와 단리 상품에 각각 넣는다고 가정해 보자. 복리상품의 만기지급액은 1163만 7798원(세전)이 되고, 단리는 이보다 3만 8598원 적은 1159만 9200원이다. 다만 3년 정도는 복리와 단리의 차이가 거의 없다. 기간이 오래될수록 복리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이자를 많이 주면 마진이 적게 남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도 은행은 월복리 적금이 많이 팔릴수록 싱글벙글이다. ‘박리다매’ 효과 때문이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고객 수를 늘려서 신용카드·펀드 등 교차판매를 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지만 이로 인해 얻는 교차판매 이익을 감안하면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최근 월복리상품 열풍이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우리 도 월복리상품 출시를 검토했다 포기했다.”면서 “시중 금리가 높으면 월복리상품이 강력한 효과가 있겠지만 요즘은 시중 금리가 높지 않기 때문에 복리라고 해도 큰 이익이 아니다. 그냥 마케팅 효과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7-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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