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서민경제…실태와 해법

신음하는 서민경제…실태와 해법

입력 2010-07-23 00:00
수정 2010-07-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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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천정부지’…식탁 민심 갈수록 ‘흉흉’

 ”제가 한국에 살면서 견딜 수 없는 것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는 것입니다.중국에 살 때는 고기나 과일을 실컷 먹고 살았는데...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사먹을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지난해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 동포 조미란(37)씨가 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게 느끼는 것은 중국에 두고온 자식에 대한 그리움도 아니고 원화 가치 하락도 아니며 한국 사람들의 차별대우도 아니라 바로 먹거리 문제다.

 과천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조씨는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고기나 과일 등 생필품 값이 오르면 인민들 걱정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잔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서민들의 먹거리 민심을 전혀 챙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중산층 ”한우 고기 맛본 지 오래됐어요“ 고기나 과일을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것은 조씨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산층 가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초등학생 자녀 3명을 키우는 김혜란(40.여)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최근 몇 년 사이 한우 고기를 구이로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투덜거렸다.

 김씨는 ”국을 끓일 때는 잡내가 덜 한 국거리용 한우를 소량 사지만,구이용으로 고급육 한우 한 근을 사려면 7만~8만 원은 줘야 한다“면서 ”요즘 우리 주변에 한우 자주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민용이라는 돼지고기 값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느새 수입 쇠고기 값에 육박한 삼겹살 가격은 마트에서 세일을 해도 한 근이면 1만원이 훌쩍 넘는다.

 김씨는 작년에 삼겹살 한 근을 6천원대에 샀다.

 일주일에 3번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김씨는 1회 장보기 비용으로 3만원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기 일쑤다.

 얼마 전에는 수박 2통과 생닭 한 마리,과자 3봉지,라면 6개,떡볶이용 떡,고추 한 봉지를 샀는데 5만3천원이 나와 입이 떡 벌어졌다.

 김씨는 ”고기 반찬을 하려면 한 끼에 2~3만원이 든다“며 ”애를 키우다 보니 사실 작년까지는 먹거리에 돈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구로구 개봉동에서 감자탕 가게를 하는 강부영(59)씨도 채소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재료인 고추는 작년 7월 5관짜리 상품이 7만원선이었는데 지금은 15만~16만원을 줘야 살 수 있고,다섯달 전에는 무려 20만원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배추 값도 크게 올라 한번 김치를 담글 때 10~15만원이면 되던 것이 그제는 46만원이나 들었다.

 배추 상인들도 ”46만원이면 예전에 배추 한 트럭 분 값“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강씨는 ”여름에는 채소 값이 가장 싼데다 폭락하는 경우도 많아서 사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좋았다“며 ”그런데 올해는 여름에도 채소값이 안 떨어지니 매상 대비 순이익률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 물가지수는 ‘안정’..체감물가는 ‘껑충’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2.7%,3월 2.3%,4월 2.6%,5월 2.7%로 5개월째 2%대를 기록해 수치만 보면 물가는 안정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물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월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5%나 올랐고,이 가운데 신선채소는 20.5%나 폭등했으며 신선과실은 7.5% 올랐다.

 ”꼭 먹어야 하는 것만 산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농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영등포시장에서는 무 중품 1개가 2천500원으로 작년 이맘때 1천원에 비해 150% 올랐고 참외 상품 10개가 1만4천원으로 작년의 1만원에 비해 40% 올랐다.

 기름값의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주유소 가격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21일 현재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1ℓ에 1천720.54원으로 작년 여름보다 5~8% 올랐다.

 전세가도 6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2.2%,도시가스는 5.3%,유치원 납입금은 6%,대입학원비는 4.8%가 올랐다.

 1분기 한 달 가계 평균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으나 가계 지출은 9.1%나 늘어난 것은 생활물가가 급등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물가불안은 지금보다 하반기에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2~3개월 후에는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11.3%나 상승했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3년간 묶여 있던 공공요금도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서비스 물가도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내년 상반기에는 3.5%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 ”농축수산물 유통구조,공기업 방만경영 개혁해야“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경기회복의 온기가 서민에게 퍼지기도 전에 고물가가 형성되는 일이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인위적인 물가 관리만 할 것이 아니라 고질적으로 불안을 가져왔던 비효율적인 물가구조를 이번에는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건값의 절반이 유통과정에서 사라지는 농축수산물 유통구조,소비자보다 공급자를 보호해 기업이 덜 경쟁하도록 만드는 경제 정책 등 물가의 근본적인 비효율성에 칼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공공요금은 공기업의 경영 개선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전력과 가스,교통,통신 등의 요금을 억제하지 않으면 물가는 크게 뛸 수밖에 없다“며 ”공기업 구조조정 이야기가 수없이 나오지만,요금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임금상승률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가상승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경제가 성장해도 근로자 모두의 임금이 그만큼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성장의 열매를 대기업이 독식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대다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종후 고려대 정보통계학과 교수는 체감물가와 다르다는 지적을 받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특정 가구나 계층을 대상으로 측정하지 않고 전체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측정해 대다수 서민의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일본의 경우처럼 소득을 기준으로 계층을 5개로 나눠 계층별 물가지수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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