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르네상스 글로벌 현장] <3> 佛라아그 재처리시설

[원자력 르네상스 글로벌 현장] <3> 佛라아그 재처리시설

입력 2010-07-30 00:00
수정 2010-07-30 00:4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프랑스 전력10%는 쓰고 남은 核서 얻어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3시간을 달리면 영화 ‘셸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셰르부르가 나온다. 여기서 버스로 갈아타고 20㎞를 더 가면 노르망디 해안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단지 ‘라아그’가 위용을 드러낸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란 전력 생산에 쓰고 남은 핵연료봉을 가공해서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핵연료봉은 보통 3~5년 정도 연소되면 수명을 다하게 돼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른다.

이미지 확대
원전에서 나온 직후에는 높은 방사능과 열을 갖고 있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재처리를 하면 원료의 96%를 다시 살릴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들어있는 95%의 우라늄, 1%의 플루토늄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아그를 운영하는 원자력 발전회사 아레바(AREVA)의 홍보 책임자 크리스토프 느뇨는 “재처리를 하면 우라늄 원료비를 아낄 수 있고, 최종 폐기물의 부피도 25분의1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라아그에서는 한 해 1700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다. 프랑스 전체 원전 59기에서 나오는 전량에 더해 독일, 일본,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 국외에서 발생한 연료도 위탁 처리한다. 한 해 매출액이 10억 3000만유로(약 1조 2220억원)에 이른다. 리오넬 게프 아레바 운영부국장은 “1966년 첫 가동 이래 총 2만 5000t을 재처리했다.”면서 “전 세계 사용후핵연료의 90%가 라아그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재처리 과정에는 최소 5~7년이 걸린다. 국내외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캐스크라고 부르는 100t짜리 안전장비에 담겨 라아그로 운반된다. 캐스크에서 꺼낸 연료봉은 수심 9m의 수조에 3년 동안 담가 400도의 온도를 20도로 서서히 낮춘다.

이후 연료봉을 30㎝ 길이로 잘게 자른 뒤 질산염으로 녹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한다. 작업실은 1m 두께의 납유리로 차단돼 있으며 모든 공정은 원격조정된다. 나머지 4%의 핵분열 생성물은 소각로로 옮겨진다.

유리가루와 섞인 상태로 1000도가 넘는 화덕에서 액체가 된 뒤 스테인리스 용기(캐니스터)에 담겨 고체상태로 보관한다. 분리된 플루토늄은 프랑스 남부의 멜록스 공장에서 혼합산화(MOX) 원료로 가공돼 전력 생산에 쓰인다. 프랑스 전력의 10%가 MOX 원료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고리, 울진, 월성 등 4개 원전에 보관하고 있다. 2016년이면 고리 원전의 저장소는 포화상태가 된다. 위탁 재처리를 하든지 스웨덴처럼 최종 폐기물 처분을 하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핵확산 방지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따라 국내에서는 재처리를 하지 못한다.

라아그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2010-07-30 14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