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이 넘도록 LG전자를 이끌어 오던 남용 부회장이 17일 자진 사퇴하고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LG전자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임기 중 경영진을 교체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LG전자의 전통에서 벗어난 파격이었고 전격적으로 단행된 조치였다.그러나 남 부회장은 이미 오래 전에 사임을 결심했고 오너와 이사회에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왜 물러나게 됐나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된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사령탑 교체로 귀결된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남 부회장의 사임은 본인 스스로의 결심에 따른 것이라고 LG전자는 설명하고 있다.
LG는 그간의 전통이나 관행대로 당장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남 부회장의 용퇴를 압박하지 않았지만 남 부회장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고 이왕이면 하루라도 빨리 새 체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거취에 관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LG의 고위 관계자는 “LG는 경영성과 못지 않게 인화를 중시하는 전통이 있으나 이번에 남 부회장이 스스로 경영성과에 책임을 지는 새롭고 아름다운 선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이사회도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인사원칙에 따라 남 부회장의 용퇴 의사를 수용했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이 1천262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90%나 급감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출시가 경쟁사에 비해 늦어지면서 보급형 휴대전화나 LCD TV 등의 가격이 하락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최근 스마트폰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만회를 시도했지만 기대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남 부회장이 용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LG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적자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결국 시급히 경영 쇄신에 돌입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조성돼 왔고 다름 아닌 남 부회장 자신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경영쇄신,연쇄 인사 불가피
이번 사령탑 교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 실적 부진에 몰린 노키아에서 최근 진행된 ‘수뇌부 물갈이’ 사례를 연상시킨다.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를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아온 요르마 오릴라(60) 이사회 의장은 2012년 퇴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퇴진은 CEO인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와 스마트폰사업부 책임자인 안시 반요키 부사장의 잇따른 사임 직후 나왔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LG전자 뿐 아니라 LG그룹 차원에서도 연말께 쇄신형 인사가 잇따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구본준 부회장 체제로 바뀌면 그 후속으로 조직정비가 이뤄질 것이고 그룹 내에서도 인사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G상사 CEO도 구 부회장이 겸임하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이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LG전자의 경우도 CEO가 실적부진에 책임을 진 마당에 사장급 이하 경영진과 임원들도 진퇴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이렇게 보면 불가피한 인사만 단행하더라도 그 폭은 예년에 비해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LG의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피비린내 나는’ 대규모 해직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영전략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관리자형’인 남 부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사업구조 조정과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스탠스를 취해 왔으나 급변하는 글로벌 업계 환경에서 이같은 전략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은 성과가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투자계획 조정 등 근본적인 변신이 불가피하며 그 작업은 주총에서 정식 인사가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구본준 부회장이 진두 지휘하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오너 형제 ‘투톱’ 체제 눈길
이번 LG전자 CEO 교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부각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오너 형제가 경영권을 주고 받은 사례는 꽤 있지만 국내 주요 그룹에서 오너가(家) 형제가 그룹 내 1·2위 서열에 해당하는 자리에서 함께 일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의 등장은 이례적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이끌게 된 것을 그룹 경영권 구도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1945년생인 구본무 회장의 장남이 아직 나이가 어린 점을 감안할 때 1951년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은 것은 본인들의 2세들이 본격 등장하기 전까지 형제 경영 체제로 그룹 경영권을 관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견해이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가 2006년 세계 최대규모의 파주 LCD 클러스터를 구축했던 사례 등에서 보듯이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주도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구축에 역점을 뒀다는 점에서 발빠르게 실적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도록 이끄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줄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중 경영진을 교체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LG전자의 전통에서 벗어난 파격이었고 전격적으로 단행된 조치였다.그러나 남 부회장은 이미 오래 전에 사임을 결심했고 오너와 이사회에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왜 물러나게 됐나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된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사령탑 교체로 귀결된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남 부회장의 사임은 본인 스스로의 결심에 따른 것이라고 LG전자는 설명하고 있다.
LG는 그간의 전통이나 관행대로 당장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남 부회장의 용퇴를 압박하지 않았지만 남 부회장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고 이왕이면 하루라도 빨리 새 체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거취에 관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LG의 고위 관계자는 “LG는 경영성과 못지 않게 인화를 중시하는 전통이 있으나 이번에 남 부회장이 스스로 경영성과에 책임을 지는 새롭고 아름다운 선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이사회도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인사원칙에 따라 남 부회장의 용퇴 의사를 수용했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이 1천262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90%나 급감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출시가 경쟁사에 비해 늦어지면서 보급형 휴대전화나 LCD TV 등의 가격이 하락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최근 스마트폰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만회를 시도했지만 기대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남 부회장이 용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LG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적자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결국 시급히 경영 쇄신에 돌입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조성돼 왔고 다름 아닌 남 부회장 자신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경영쇄신,연쇄 인사 불가피
이번 사령탑 교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 실적 부진에 몰린 노키아에서 최근 진행된 ‘수뇌부 물갈이’ 사례를 연상시킨다.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를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아온 요르마 오릴라(60) 이사회 의장은 2012년 퇴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퇴진은 CEO인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와 스마트폰사업부 책임자인 안시 반요키 부사장의 잇따른 사임 직후 나왔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LG전자 뿐 아니라 LG그룹 차원에서도 연말께 쇄신형 인사가 잇따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구본준 부회장 체제로 바뀌면 그 후속으로 조직정비가 이뤄질 것이고 그룹 내에서도 인사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G상사 CEO도 구 부회장이 겸임하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이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LG전자의 경우도 CEO가 실적부진에 책임을 진 마당에 사장급 이하 경영진과 임원들도 진퇴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이렇게 보면 불가피한 인사만 단행하더라도 그 폭은 예년에 비해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LG의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피비린내 나는’ 대규모 해직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영전략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관리자형’인 남 부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사업구조 조정과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스탠스를 취해 왔으나 급변하는 글로벌 업계 환경에서 이같은 전략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은 성과가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투자계획 조정 등 근본적인 변신이 불가피하며 그 작업은 주총에서 정식 인사가 확정되기 이전이라도 구본준 부회장이 진두 지휘하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오너 형제 ‘투톱’ 체제 눈길
이번 LG전자 CEO 교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의 부각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오너 형제가 경영권을 주고 받은 사례는 꽤 있지만 국내 주요 그룹에서 오너가(家) 형제가 그룹 내 1·2위 서열에 해당하는 자리에서 함께 일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의 등장은 이례적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이끌게 된 것을 그룹 경영권 구도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1945년생인 구본무 회장의 장남이 아직 나이가 어린 점을 감안할 때 1951년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은 것은 본인들의 2세들이 본격 등장하기 전까지 형제 경영 체제로 그룹 경영권을 관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견해이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가 2006년 세계 최대규모의 파주 LCD 클러스터를 구축했던 사례 등에서 보듯이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주도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구축에 역점을 뒀다는 점에서 발빠르게 실적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도록 이끄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줄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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