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이사회, 격론끝 특위 구성

신한금융 이사회, 격론끝 특위 구성

입력 2010-10-30 00:00
수정 2010-10-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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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30일 신한금융 사태 수습방안에 대해 4시간30분간 격론을 벌인 끝에 이사 9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하지만 신상훈 사장측과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특위에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이 참여하는데 불만을 피력해 특위의 사태 수습 노력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휴일 오전 신한은행 본점 ‘관심 집중’

신한금융 이사회가 열린 시내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은 휴일임에도 오전 7시부터 5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과 신한금융 직원들로 붐볐다.

 재일교포인 김요구 이사는 이날 오전 8시에 열리는 이사회 감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도착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모르겠다”며 답을 피한 채 곧장 회의장으로 향했다.

 감사위원인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전날 이사들간 의견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한 뒤 감사위원회에 참석했으며,미국 출장 중인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가 열리는 신한은행 본점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섰다.

 라 전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 사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이사직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심문하는 것이냐.해도 너무 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이 행장은 아무런 답변없이 서둘러 이사회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으며,티타임이 예정된 오전 8시30분을 20여분 넘겨 도착한 신 사장은 “이사회를 지켜보자”고 언급한 뒤 회의장으로 향했다.

 ◇회장 대행 만장일치로 선임..특위 구성 이견

이사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해 당초 정오께 종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사들간 토론이 길어지면서 오후 3시께 끝났다.

 이사회에서 라 회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이미 예상했던 이사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만창일치로 류시열 비상근 사내이사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향후 사태 수습을 위해 라 회장과 신 사장,이 행장을 제외한 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으나 류 회장 대행의 참여 여부를 놓고서는 의견이 갈렸다.

 결국 표결 끝에 신 사장이 기권하고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 반대했으나 국내 이사와 최대주주인 BNP파리바측 필립 아기니에 이사 등 7명이 찬성하면서 류 회장 대행의 참여안이 가결됐다.

 이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전 의장과 류 회장 대행을 제외한 이사들이 한꺼번에 이사회장을 빠져나오면서 이들을 취재하려는 취재진과 이를 막으려는 신한금융 직원들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52년 금융 인생의 막을 사실상 내리게 된 라 전 회장은 소회 등을 묻는 질문에 “제가 할 것은 다했다”며 말을 아낀 채 쓸쓸히 퇴장했다.

 김병일 이사 등 국내 이사들은 류 회장 대행 선임 등에 만족을 표시했지만,재일교포인 정행남 이사가 내년 추주총회를 기다리겠다고 언급하고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이사들간 식사에 불참하는 등 내부 불만도 없지 않았다.

 류 회장 대행의 특위 참여안에 기권한 신 사장도 이사회와 특위가 다른게 뭐냐며 신한은행 노동조합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위의 사태 수습 방안 마련이 재일교포 사외이사 등의 반대로 지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여기에 금융당국 등이 라 전 회장에게 이사직 사퇴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원들 “라 회장 사퇴..안타깝다”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등 계열사 임직원들은 라 회장의 사퇴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라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두달 가까이 끌어온 ‘신한사태’가 마무리돼 조직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신한은행 설립의 주역이자 오랫동안 신한에 몸담으며 신한을 키워온 라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을 보고 마음이 편치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사회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이번 사태를 추스르기 위해 고뇌에 찬 결정을 한 것 같다”면서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하루빨리 조직이 정상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주문도 나왔다.

 또 다른 직원은 “신한을 잘 모르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직원 결혼식에 참석했던 일반 하객들은 이사회장 주변에 몰려있는 적잖은 수의 취재진과 은행 임직원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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