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6억 과징금 부과
국내 라면업계 2위인 삼양식품이 전인장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내츄럴삼양에 ‘통행세’ 명목으로 70억원 이상을 불법 지원한 사실이 적발됐다.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를 돕기 위한 부당 지원이 적발되기는 처음이다.공정거래위원회는 삼양식품이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내츄럴삼양에 판매수수료를 부당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6억 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내츄럴삼양은 라면수프 등 천연·혼합 조미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로, 라면을 납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2008년부터 5년 동안 이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내츄럴삼양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었다. 내츄럴삼양에 다른 유통점에 지급하는 7.9~8.5%의 판매장려금보다 높은 11.0%의 판매수수료를 줬고, 내츄럴삼양은 이 중 이마트에 6.2~7.6%의 판매장려금만 지급했다. 그 차액은 ‘통행세’였다. 삼양식품은 판매장려금 지급이 필요없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납품할 때도 11.0%의 판매수수료를 줬고, 수수료 전액은 내츄럴삼양이 챙겼다.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 지원한 통행세는 총 70억 2200만원으로 관련 거래 규모만 1612억 8900만원에 달한다.
내츄럴삼양은 총수 일가가 전체 주식의 90.1%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회사다. 내츄럴삼양은 2007년 자산총액 304억원, 매출액 405억원을 기록했으나 삼양식품으로부터 통행세를 지원받던 2012년에는 자산총액 1228억원, 매출액 513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통행세로 챙긴 이익으로 삼양식품 주식을 사들여 삼양식품 지분율이 2007년 8.8%에서 2012년 33.3%로 급증했다. 전 회장은 내츄럴삼양을 통해 삼양식품 그룹 내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롯데알미늄에 통행세를 지급한 사건에 이은 두번째 통행세 적발 사례다. 특히 총수 일가를 지원하기 위해 통행세를 지급한 행위가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준하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앞으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삼양그룹 등 중견기업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그룹 내 불법 지원 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4-01-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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