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언론, 중국 1월 무역지표 깜짝 급등 ‘수수께끼’”중국기업, 수출 위장한 자금 ‘왕복여행’ 기법 유행”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좋게 나오자 중국 경기가 실제로 살아나는 것인지 세계 금융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문제의 지표는 지난달 중국 무역통계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수입은 10.0% 각각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0.1%, 4.0% 증가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중국 및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견조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시각도 시장에 적지 않다.
최근 중국의 다른 경제지표가 부진한 추세와 너무나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의 대표적 제조업 지표인 국가통계국 집계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 HSBC 집계 PMI는 49.1로 매우 저조했다.
또한 중국과 비슷한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과 대만의 지난달 수출이 0.2%, 4.6% 각각 감소한 것과도 큰 차이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구 언론들은 13일 이번 발표로 세계 경제에 ‘수수께끼’가 더해지면서 중국 경제 지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수출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정부의 자본 통제를 회피해 자금을 역외에서 조달하는 관행이 다시 살아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
중국 기업들이 가짜 수출 서류를 당국에 제출하고 홍콩 등지에서 차입한 자금을 수출대금 명목으로 들여오는 수법이 지난해 초에 기승을 부린 바 있다.
지난 연말 중국 시중 유동성이 한때 경색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수출 부풀리기가 성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통계에서 홍콩으로 수출은 18.3% 감소한 반면 이 같은 조작이 어려운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두자릿수 급증한 점은 이러한 추정의 설득력을 낮추는 대목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으로의 수출 감소가 일부에서 제기했던 수출 과대계상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WSJ는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로 수출 부풀리기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상품을 역외로 보내고 현지 차입 저리 자금을 수출대금 명목으로 들여와 중국에서 상대적 고금리로 투자·운용하다가 상품을 돌려받고 빌린 자금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갚아 금리차를 얻는 이른바 ‘왕복 여행’(round-tripping) 기법이 그것이다.
딜로이트 회계법인의 중국 리서치 책임자인 켄 듀스킨은 이 같은 수법이 “매우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며 수출을 위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합법적인 방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수출 변동이 실상 핫머니의 중국 유출입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1∼2월 경제 지표는 춘제(春節·설) 연휴 때문에 특히 신뢰성이 낮다며 2월 지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1∼2월 평균을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정하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무역 지표 ‘서프라이즈’는 오히려 중국 경제지표에 대한 의심만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춘제가 전체 수출입 지표에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1∼2월 수출입과 실물 지표를 통해 더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